[노인의 건강과 행복] 기도로 삶 살다가 기도로 삶 마무리한 아름다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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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유산이야말로 자녀에게 남길 가장 큰 축복

지난 2월 21일,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의 은퇴장로님 한 분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늘 본향으로 떠나셨다. 고(故) 김선몽 장로님은 평생 새벽을 깨우며 교회와 나라와 민족, 그리고 가정과 이웃을 위해 기도하신 믿음의 선배이셨다. 믿음을 지키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북한을 떠나 월남한 뒤에도 장로님은 고난을 원망으로 풀지 않으시고 기도로 견디며 살아내셨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6절부터 18절의 말씀은 장로님의 입술에 머문 성구가 아니라 삶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필자는 장로님을 생각할 때마다 먼저 새벽을 떠올린다. 많은 사람이 잠든 시간에 하루를 하나님께 올려 드리며 시작하던 분, 자신의 문제보다 공동체의 아픔을 먼저 품고 기도하던 분이셨다. 이번 천국환송예배는 바로 그런 장로님의 삶을 보여 주는 자리였다.

장례식장은 대개 이별의 슬픔으로 무거워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예배는 슬픔 속에서도 은혜가 흐르는 자리였다. 장로님은 평소 “하나님이 부르시면 미련 없이 순종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믿음으로 준비하셨다.

마지막 길에 교회에 들러 환송예배를 드릴 때에도 기도와 조사와 찬송 가운데 성도들은 깊은 슬픔과 함께 위로를 경험했다. 떠남은 분명히 아팠지만, 그 아픔 속에는 믿음의 평안이 함께 있었다. 사회복지의 시각에서 보아도 좋은 장례는 단지 의례를 치르는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생애를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고, 남은 가족의 상실을 함께 붙들어 주는 돌봄의 시간이다. 노년기의 사별은 식사와 수면, 건강과 관계, 일상의 리듬 전체를 흔들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안부 전화 한 통, 함께 드리는 예배 한 번, 조용히 손을 잡아 주는 방문이 무너진 하루를 다시 세우는 힘이 된다. 성경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말씀한다.

애도는 혼자 견디는 짐이 아니라 함께 울고 기도하며 버텨 주어야 할 믿음의 짐이다. 평생 기드온협회에서 무료로 성경을 반포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본 장로님의 삶은 개인의 경건을 넘어 공동체를 살리는 신앙의 본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었다.

“가장 존경하는 분은 아버지”라는 아드님의 고백은 성도들의 마음을 울렸다. 믿음의 유산이 자녀에게 남길 가장 큰 축복임을 일깨워 주는 고백이었다. 자녀가 부모를 존경한다는 말은 쉽게 얻어지는 평가가 아니다. 오랜 세월 함께 살며 지켜본 삶의 결이 있기에 가능한 고백이다.

부모가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돈이나 자리나 명예가 아니라 자녀의 가슴에 오래 남는 믿음의 뒷모습일 것이다. 기도의 무릎, 감사의 언어, 이웃을 향한 따뜻한 손길, 그리고 하나님 앞에 끝까지 신실하려 했던 삶의 태도, 그것이야말로 자녀에게 남길 가장 큰 축복이다.

오늘 우리는 오래 사는 법에는 익숙해졌지만, 잘 늙는 법과 잘 떠나는 법에는 여전히 서툴다. 그러나 믿음의 선배들은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그 길을 보여 준다. 어떻게 살아야 마지막 길이 두렵지 않은지, 어떻게 살아야 남겨진 사람들이 눈물 속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그분은 하나님의 사람이었다”라고 기억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평생 기도로 삶을 살다가 기도로 삶을 마무리한 그 아름다운 인생은 오늘도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잘 떠날 수 있는지를 조용히 가르쳐 주고 있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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