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유난히 따뜻한 달이다. 연둣빛 잎사귀가 바람 따라 흔들리고, 꽃들은 저마다의 향기를 품은 채 세상을 향해 웃는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이어지는 오월은 우리에게 다시금 ‘가정’이라는 이름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한다. 바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루려 애쓰지만, 결국사람의 마음이 쉬어 가는 가장 깊은자리는 가정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처음 허락하신 공동체 역시 가정이었다. 그러므로 가정은 단순히 함께 사는 공간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 용서와 회복을 배우는 거룩한 장소이다.
필자에게는 두 아들이 있다. 모두 믿음 안에서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었고, 지금은 손자 둘과 손녀 하나가 자라나고 있다. 손자인 로이와 태양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며, 손녀 은별이는 교회 선교원에 다니며 해맑게 자라고 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용인에 사는 둘째 아들이 근무하는 S회사에서 마련한 사원 가족 초청행사에 다녀왔다.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행사 속에서 세대가 함께 어울려 웃고 즐기는 시간이 이어졌다. 손주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걷고 뛰놀며 보낸 하루는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무엇보다 믿음의 대를 이어 자라나는 손주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에는 감사와 기쁨이 잔잔히 흘렀다. 하나님께서 가정 위에 베풀어 주신 은혜가 새삼 깊이 느껴지는 어린이날이었다. 무엇보다 가정은 믿음의 학교이다.
신명기 말씀처럼 “앉았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웠을 때나 일어날 때나” 부모는 자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 부모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갈등 속에서 어떻게 화해하는지, 실수했을 때 어떻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지를 통해 삶을 배운다. 부모가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본 아이는 기도의 씨앗을 마음에 품게 되고,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의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믿음은 거창한 말보다 일상의 작은 행동 속에서 전해진다. 그래서 가정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신앙의 교실이다.
또한 가정은 치유의 장소이다. 세상은 때때로 거칠고 차갑다. 아이들은 학교와 사회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인정받지 못한 외로움 속에 울기도 한다. 그때 아이들의 영혼을 품어 주어야 할 곳이 바로 가정이다.
아이는 씨앗과 같다. 좋은 씨앗도 메마른 땅에서는 자라기 어렵다. 그러나 사랑의 옥토에서는 작은 씨앗 하나도 푸른 나무로 성장한다.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아이의 영혼을 살리는 햇살이 된다.
“괜찮아.” “사랑한다.” “너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란다.”
이 짧은 말 속에는 사람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비난보다 칭찬을, 정죄보다 격려를 선택할 때 가정에는 치유의 은혜가 흐른다. 또한 자녀들도 부모에게 감사와 존경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서로 축복의 언어를 사용하는 집에는 메마른 마음이 녹아내리고, 잃어버린 웃음이 다시 피어난다.
가정은 또한 꿈을 심는 곳이다. 오늘의 시대는 풍요롭지만 마음은 쉽게 지친다. 아이들은 화려한 세상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한다. 이때 부모는 자녀에게 거룩한 비전과 정직한 삶의 가치를 심어 주어야 한다. 성경의 야곱은 수많은 실패와 고난을 경험했다. 형 에서를 속였고, 라반에게 속임을 당했으며, 외로운 광야의 밤을 지나야 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하나님을 만난 꿈의 사람이 되었다. 하나님은 고난속에서도 사람을 빚으시고, 눈물 속에서도 미래를 준비하게 하신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쉽게 성공하는 삶’보다 ‘끝까지 하나님을 붙드는 삶’을 가르쳐야 한다. 믿음 안에서 심겨진 꿈은 세상의 폭풍 속에서도 쉽게 꺾이지 않는다. 그리고 가정은 경건의 학교이다.
완벽한 가정은 없다. 때로는 다투고, 때로는 이해하지 못해 마음이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경건의 훈련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화를 절제하는 것, 먼저 용서하는 것, 따뜻한 말로 서로를 세워 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훈련과 습관 속에서 경건은 자라난다. 신실한 부모, 기도하는 부모, 믿음으로 인내하는 부모의 모습은 다음세대에게 가장 귀한 유산이 된다. 물질은 언젠가 사라질 수 있지만, 믿음의 유산은 세대를 넘어 이어진다.
가정은 회복의 장소이다. 아이는 어른의 미래이며, 때로는 어른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맑은 눈빛과 순수한 질문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배우게 된다. 믿음의 가정은 단순히 잘 사는 집이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집이어야 한다.
상처받은 마음이 위로받고, 실패한 사람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으며,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곳이어야 한다.
오월의 햇살 아래 가족의 얼굴을 다시 바라본다.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잊고 살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가장 귀한 선물은 어쩌면 가족인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사랑의 말을 아끼지 말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가정을 살리고, 가정이 살아날 때 세상도 조금씩 밝아질 것이다. 하나님 안에서 믿음과 사랑으로 세워지는 가정, 그곳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구원의 장소이다.

이상진 장로
● 대구중앙교회
●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