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정, 공정,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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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2월 14일, 관동도독부 여순 지방법원은 일본 총리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러자 안중근은 즉석에서 상고포기 선언을 했다. 그가 상고를 즉석에서 선언한 결단은 어머니가 보낸 편지 때문이었다.
“응칠아(안중근의 아명)! 네가 한 일은 우리 동포들의 분노를 보여준 당당한 쾌거다. 이 분노의 불길을 계속 타오르게 하려면 상고를 하지 말고 죽음을 택해야 할 줄로 안다. 혹시 자식으로서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이 불효라고 여겨 상고를 하겠다면 그건 효도가 아니다. 상고하면서 조금 더 살려고 몸부림치는 구차한 모습을 남기지 말기 바란다.”
안중근 모친의 편지가 세상에 알려지자 일본인들도 그 공명정대(公明正大)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신문들이 ‘是母是子(시모시자: 그 어머니에 그 아들)’ 등의 제목을 붙여 대서특필했다.(독립운동사 참조)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은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이 안중근 의사의 휘호가 새삼 온 나라에 회자되고 있다. D.M.당 원내대변인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서씨의 병역 시비가 일자 “서씨는 무릎 수술을 받았음에도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의 군인 본분’을 실천했다”며 인용한 ‘위국헌신 논평’ 등 때문이다.
이 논평이 나가자 “안 의사가 독립운동을 하면서 특혜성 병가를 갔느냐?”, “휴가에서 미복귀했느냐?”, “아무렴 추(秋) 법무장관 아들이라 해도 안중근 의사에 갖다 붙일 생각을 하느냐?”, “서씨가 위국헌신하면서 군인 본분을 다하셨으니 화랑무공훈장을 주자”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한국인들에게 교육·병역의 불공정(不公正)은 무엇보다 민감한 이슈다. 촛불 혁명의 발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대(梨大) 입시 불공정이 큰 이유였다. 소위 추석 여론은 추장관 아들 서씨 병가 시비 문제를 정유라의 입시 불공정에 비유하고 있다. 공정은 합법, 불법을 넘어서는 사회규범이기 때문에 공직자에겐 불법이 아니라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Justice)은 도덕 교과서와 같은 것이다. 이 때문에 영어의 법무장관 칭호가 Lawyer가 아니고 Justice이다. 공정 문제가 지도자에게 이토록 넓고 동시에 높은 것인 때문에 인류의 최고 경전인 유대 ‘탈무드’는 이렇게 전한다.

노아가 방주에서 나와 온 세상이 전멸된 것을 보고 한탄의 눈물을 흘리며 ‘세상의 주인(하나님)이시여! 인간의 죄(罪) 때문이지만 당신이 만드신 세상을 멸하실 것이라면 왜 세상을 창조하셨습니까? 인간을 창조하지 마시든지 세상을 멸하지 마시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셔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하나님이 ‘어리석은 자야! 나는 홍수를 일으키기 전 너와 함께 네가 세상을 위해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도록 네게 말했느니라! 하지만 너는 네 가족이 방주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세상의 죄는 네 마음에 닿지 않았느니라. 넌 방주를 만들었고 네 가족만을 구했다. 그런데 세상이 멸망한 지금 와서 공정을 말하는구나!’
아브라함은 하나님이 죄 때문에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겠다고 하자 하나님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하나님과 협상까지 시도했다. 그는 심지어 ‘온 세상을 심판하시는 분인 주께서 공정하게 판단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하나님의 완전성(공정성)에 의문까지 제기했다. 요컨대 노아는 죄 때문에 대홍수가 도래할 것이라는 하나님의 경고를 들었을 때 사람들에게 전하지도 않았는데 아브라함은 그 반대였단 것이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택하여 인류의 리더로 삼았다.(탈무드 랍비 조셉 텔루스킨, Jewish wisdom 참조).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공정’을 37번이나 언급했다. “공정은 촛불 혁명의 정신이며 우리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목표”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었다. 공정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고 중차대한 것이기에 공정, 공정… 했으리라! 오늘 한국의 Justice 최고지도자인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씨 병역 비리 시비는 해양공무원 A씨에 대한 북한의 사살문제 등과 함께 때마침 추석(秋夕) 민심을 극도로 저조시켜 쉽게 조용해질 것 같지 않다. 추 장관 아들 서씨 병역특례의 공정성 여부 조사에 대해 관계자들은 안중근 의사 모친의 ‘是母是子’와 아브라함의 공정(公正) 시비를 헤아려 이런저런 국정 사건의 공명정대에 보다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본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 · 경영학 박사 · 울산대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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