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무엇이 우리들을 그처럼 분열시키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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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옛날은 모르겠으나 지금처럼 개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도 같은 민족이요 이웃이라고 말로는 하면서도 그들이 호소하는 불공정과 억울함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감정이입(empathy)을 하는데 인색한 것이 그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우리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란 그 발상지인 구미에서도 아직까지 허다한 불공정과 억울함이 지속되고 있는 판국에 우리나라처럼 이제 겨우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시작한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혹독한 경쟁 과정과 아직도 제도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의식 중에는 없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사회적 신분상승 경쟁에서 부당하게 실패하거나 낙오된 이웃에 대한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는 기껏해야 자기 가족이나 친인척은 중요하고, 가끔은 자기 동향인(우리가 남이가?)에 대한 감정이입은 있을지 모르나 전연 자기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모르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오랜 관행이라고 할까, 아니면 삶의 태도가 우리 정치무대에도 그대로 반영되어서 오늘날 우리 정치가 이처럼 살벌하고 극한적 대치가 일상화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해 본다.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죽고 살고 하는 문제가 아닌 공공정책의 선택을 결정하는 정치 영역에서 통합보다는 분열로 치닫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우리는 1945년 해방 이후 줄곧 좌(左)와 우(右)로 분열되어서 지금까지 내려왔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도 해외에서까지 모두 우파가 아니면 좌파로 나뉘어져서 독립운동을 따로 했다. 따라서 해방은 우리들에게 통합되고 독립된 나라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으나 결과적으로 남은 우파정부가 그리고 북은 좌파정부가 각각 수립되었다. 이러한 분열은 드디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와 피해를 낳은 6.25전쟁을 불러왔고 3년간의 잔혹한 혈투 끝에 얻은 것은 수십 만 명의 전사자와 수백 만 명의 부상자, 과부와 고아와 이재민 그리고 수려했던 우리의 강산은 초토화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언제 전쟁이 다시 돌발할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북쪽은 최신식 핵무기 및 장사포 등의 무기와 수백 만 명의 잘 훈련된 군대를, 그리고 남쪽은 한미안보동맹의 우산 하에 한국과 미국이 가진 최신식 무기와 잘 훈련된 군대로 서로 맞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한 남·북 간의 긴장완화와 평화프로세스도 여러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의 핵위협은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이 세월만 흘러갔고 남쪽은 북의 일거수일투족에 촌각을 세우면서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남·북 간의 긴장완화나 비핵화의 증세는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북쪽은 3대째 대물림을 하면서 다져진 일사불란한 전시동원 체제를 과시함으로써 남쪽이 희망하는 비핵화에는 조금도 양보할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쪽은 자유민주주의헌법의 혜택 하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여·야 간의 정권 쟁탈에 세월 가는 줄을 모른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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