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리더] 2020 개천절 날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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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영향으로 개천절 날에 집에만 있기는 참으로 싫어 오후에 집을 나섰다. 때마침 정부에서는 ‘드라이브 스루(차량 시위)’에 면허도 취소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나온 상태여서 광화문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이번 개천절 광화문 시위 참여는 절망과 분노의 연속이었다. 2호선 전철로 시청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전철은 시청역에 서지 않고 충정로역에 섰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4일에는 아침 9시 30분부터 1, 2, 3호선의 지하철이 시청, 광화문, 경복궁역을 바이패스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충정로역에 내려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청역을 향해 걷는데 경찰이 가로막으며 더 이상 가려면 우회전 하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 지하도를 한참 걸은 뒤 지상에 올라오니 또 경찰이 막았다. 필자는 하는 수 없이 더 북쪽에 있는 교보생명 건물 뒤쪽을 향했다. 광화문 광장의 1인 시위 모습이라도 잠시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뒷길도 경찰 버스 수십 대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모든 길을 차단할 수 없어서인지 늘어선 버스들 사이에 틈새가 있어 그쪽에 접근해 보았으나 거기에도 경찰이 서서 진입을 막았다. 하는 수 없이 종각역까지 걸어와 전철을 탔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당일 광화문에는 3백 대의 버스, 90개의 검문소, 만여 명의 경찰이 차출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걷는 도중 ‘4.15 부정 선거 규명, 문재인/추미애 아웃’ 등의 피켓을 들고 있는 1인 시위자를 만났다. 그에게 광장에 1인 시위자들이 얼마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약간 명 있었으나 경찰이 쫓아 버렸다고 했다. 그때가 오후 3시쯤이었는데 그 시각에 광장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교보빌딩 꼭대기 층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됐다. 오후 6시에 귀가하여 네이버와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날 오후 1시 기자 회견은 교보문고 앞에서 가질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펜스와 차벽의 설치로 회견 장소를 광화문역 1번 출구로 옮겼고, 그때에 강연재 여성 변호사는 전광훈 목사의 옥중 입장문을 대독하면서 광화문 집회의 탄압을 강력히 비판했다고 한다. 또한 8·15비대위를 비롯한 10개 단체는 이날 오후 2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경찰 통제로 장소가 변경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개천절 당일 절망과 분노의 시간을 보내며 느낀 것이 있다. 공산정권은 예외 없이 숙청을 다반사로 여기면서 정권을 유지해 오고 있다. 김일성은 1948년 정권을 잡은 뒤 곧이어 만주와 함경도 일대에서 항일 투쟁하던 갑산파, 그리고 광복 후 북한의 정치를 안정된 궤도에 올려놓는 데에 크게 기여한 중국 연안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연안파를 숙청했다. 공산 정권의 통치 스타일은 한 마디로 토사구팽이다.
그 모델을 추 장관에게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추’는 현 정권이 연장되면 토사구팽으로 아웃되고 정권이 교체되어도 아웃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추 장관의 유일한 선택은 장관직을 자진 사퇴하는 일이다. 이 정치논리는 본인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광화문 광장의 한심한 시위 저지 행각도 추 장관의 정치 행각(대통령 포함)과 결코 무관치 않다. 추 장관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오형재 장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신장위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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