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강단] 회복의 공동식사<요한복음 2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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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목사님이 새로운 목회지에 부임하게 되면서 설교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그동안 자신이 했던 설교 중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설교를 뽑았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주일에 힘차게 설교를 하고, 강대상을 내려와 성도들과 인사를 하는데, 어떤 할아버지께서 대뜸 “그것도 설교야, 더 준비해야지! 원고는 계속 보고, 내용도 충분하지 않잖아!”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목사님은 낙심이 되었습니다. 그때 한 할머니가 나타나셔서 “낙심하지 마세요. 목사님 오늘 설교 너무 좋았어요. 저 영감은 늘 저렇게 말해요. 특히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너무 그대로 전하는 게 단점이에요.” 목사님은 할머니의 말을 듣고, 위로가 아니라 더 낙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누구든지 이렇게 낙심할 때가 찾아옵니다. 사업의 문제로, 자녀의 문제로, 직장의 문제로, 교회의 문제로 등 여러 이유로 인하여 낙심하게 됩니다. 교회에 나오지만 찬송도 안 되고, 기도도 안 되고, 남들은 다 은혜받았다고 하는데, 예배를 드릴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하는데, 남들은 신앙생활 하는 것이 기쁘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런 은혜가 없다면 신앙적인 면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낙심이 되겠습니까?

오늘 본문에도 낙심한 제자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은 생각합니다. “우리를 제자로 인정해줄 리가 없어. 우리는 모두 예수님을 배반하고 도망한 사람들인걸…” 이들은 예수님께서 로마 군인들에게 잡혀 돌아가실 때, 자신들은 예수님과 상관없다고 배신을 했던 자신의 모습에 모두가 낙심한 상태였습니다. 예수님과 동고동락하며 제자의 훈련을 받던 이들은 예수님의 죽음 이후에 다시 자신들의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그곳이 바로 ‘디베랴’입니다. 이곳은 호수가 있는 지역으로 이들의 생업은 ‘어부’였습니다. 요한복음 21장 3절을 보면, “아무것도 못 잡았습니다”라고 물고기가 많이 잡혀야 일이 즐겁고 그럴 텐데, 생업이었던 물고기 잡는 일도 잘 안되었습니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낙심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낙심해있던 제자들에게 찾아오셨습니다. 낙심한 자들에게 예수님이 찾아오신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찾아오셔서 제자들을 위해 무엇을 하셨습니까? 바로 ‘공동식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오늘 본문 21장 9절에 “육지에 올라보니 숯불이 있는데 그 위에 생선이 놓였고 떡도 있더라” 여기에 ‘숯불, 생선, 떡’ 이 세 가지에 베드로의 일생이 다 들어 있습니다. 베드로는 물고기를 보는 순간 무엇이 생각났을까요?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때가 떠올랐을 것입니다. 그때에도 예수님께서는 허탕을 치고 돌아온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눅 5:4)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며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베드로는 이 말씀에 즉시 순종하고 따랐습니다. 

떡을 보는 순간 베드로는 예수님과 함께 마지막 날 떡을 떼며 만찬을 나눈 후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다른 사람들은 다 버릴지라도 나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입으로 힘주어 고백했던 일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요한복음 18장 18절을 보면, 베드로가 끌려가는 예수님을 배신하고 통곡했던 장소가 바로 숯불 앞이었습니다. 숯불을 보면서 베드로는 허무하게도 3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저주까지 하며 부인했던 당시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너무나도 괴로웠을 것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찾아오셔서 이 모든 것들을 생각나도록 식사를 차려주신 것은 베드로를 괴롭게 하기 위함일까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찾아오신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낙심한 베드로를 회복시키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준비해 주신 식사는 ‘회복의 공동식사’입니다. 이 식사로 베드로를 회복시키시고, 다시 사명을 주십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니까 양을 먹이고 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니?”

성도 여러분! 한 해를 돌아보면 낙심될 일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특별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낙심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시험에 들고, 상처가 되는 일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교회에 나오지 못할 이유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지칠 이유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우리는 낙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배반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여전히 찾아오셔서 회복의 식사를 요청하십니다. 그리고 우리를 회복하게 하시고, 다시금 사명감을 주셔서 우리의 무너진 삶과 가정과 교회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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