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미국대선을 보면서 (1)

Google+ LinkedIn Katalk +

첫째, 미국 대선은 각 정당의 후보자 선정에서부터 본 선거에 이르기까지 대강 2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리는 정치과정이기 때문에 투표를 하는 사람이나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 모두에게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과정이다. 새로 당선된 대통령 취임식의 약 2년 전에 뉴·햄프셔(New Hampshire)주의 예비후보 전에서부터 다음해 11월 초의 투표일까지 근 2년간의 매우 지루하고 힘겨운 미국대통령선거는 최대 정치 현장이다. 그러나 그 결과 역시 우리처럼 금방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선거관리 권한이 있는 주정부마다 서로 다른 법과 규정에 따라 개표에 들어가는 등 너무나 변수가 많기 때문에 그 결과가 쉽게 집계되지 않는데 이번의 경우 투표가 끝난 나흘 째인 11월 7일(미국시간)에 와서야 두 후보 간의 박빙승부로 엎치락-뒤치락 하던 4개주의 하나인 펜실베니아에서 민주당의 조·바이든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필요한 선거인단표를 초과했다고 언론은 일제히 보도하였다. 그러나 패배한 공화당의 후보 트럼프 대통령은 패배인정과 승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전통을 무시하고 대신 구체적인 증거나 사례를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그간 슬슬 ‘군불을 때온’ 개표의 ‘부정’을 들면서 법적 투쟁에 들어갔다. 

둘째, 필자가 1964년 대선부터 이번까지 모두 모두 15번 대선을 관전했는데 대선 과정이 길고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이번처럼 혼탁하고 예상이 어려웠던 선거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책임의 대부분이 트럼프와 같은 후보가 4년 전에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유세가 한창 진행 중일때 코로나19로 불가피한 조기투표(일명 우편투표)를 선거부정의 온상이라고 아무런 물증이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주장하였고, 그것은 법적 투쟁을 예상한 포석이 아닌가 하는 언론의 해석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딱 들어맞은 셈이다. 2000년 대선에서도 플로리다주의 개표를 중심으로 공화당의 (아들)부시(George W Bush) 후보와 민주당의 고어(Al Gore) 후보 간의 박빙의 경합이 결국은 법적분쟁까지 갔으나 법정투쟁이 오래 가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고 판단한 고어 후보가 자신이 일반투표에서 이미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양보함으로 그 이상의 혼돈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보는 까닭이 고발자인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매우 독특한 기록을 가진 후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도덕성, 일반교양, 정치적 행태 등 여러 면에서 민주주의의 모범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하나의 민주시민이라도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 양식이나 자질이 결여된 인물로 그간 4년간의 집권을 통해서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에게 기대되는 역할인 1)국가원수 2)군의 총사령관 3)행정수반 4)정당의 당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을 올바르게 지도할 수 있는 도덕적 모범생의 생활을 통한 리더십 가운데 다른 역할은 몰라도 마지막 역할인 도덕적 모범생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그것을 반증하는 예로 그는 작년 우크라이나정부에 주기로 이미 의회의 가결한 군사원조와 이번에 대통령직을 두고 경쟁한 조·바이든의 그 나라에서의 부패(?)에 관한 정보를 맞교환하자고 제의한 통화가 미국의 정보당국(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안보관련 정보를 수집한다)의 정보망에 걸려서 그것이 하원정보위원회에 제보되고 그 혐의로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통과까지 되었으나 그것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몰표로 막은 것은 이미 다 잘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그것과 관련된 제보자와 증언자 등 관련된 공무원들을 파면, 전보, 강등 등 무더기로 보복한 바 있다. 그리고 그의 특기인 거짓말, 가짜뉴스, 과장과 왜곡, 선동 등을 무기로 이번 선거를 처음부터 전무후무한 혼탁선거로 몰고 갔다.

 그 수많은 사건과 사고 중에서도  미국대선 역사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 무수히 발생했는데 그 한 예를 들면 그를 지지하는 한 세력의 일부는 반무장한 시위 차량 여러 대를 편성해서 상대방 대선후보의 이동을 물리적으로 위협한 일이 바로 투표일 불과 수일 전에 일어났다. 

조창현 장로

<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펨부록)정치학 교수 · 전 중앙인사위원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