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 히스기야 왕과 바벨론 왕의 사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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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성경을 사랑하고 공부하는데 있어서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요즈음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모이지 못하지만, 대부분 교회들은 성경 공부 시간이 있다. 또 성경을 공부하는 소그룹 모임들도 많이 있다. 그런데 성경을 공부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성경만 열심히 읽고 신앙에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찾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성경의 기록을 역사적 맥락에서 읽으며 공부하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을 따지고, 연대를 언급하고, 성서 지도를 놓고 공부하는 것은 골치 아픈 일이요, 신앙적으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경만 열심히 읽는 식으로 성경을 공부하다 보면, 자칫하면 신천지와 같은 사이비, 이단의 잘못된 가르침에 현혹될 수가 있다.
세상 공부도 얼마나 어려운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가? 저술한 지 6백 년도 채 되지 않는 ‘용비어천가’를 공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가? 불과 4백 년 전에 쓰여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으로 읽기 위해서 영문학도들은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가? 하물며 2천 년, 3천 년 전에 기록된 성경을 열심히 읽기만 한다고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경 공부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성경의 기록, 특히 구약성경은 역사와 관련된 기록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역사적 맥락을 모르고 구약성경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학교에서 한국 역사, 세계 역사를 배우는 것처럼, 교회에서도 성경에 기록된 역사를 가르치고 배우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성경 기록의 역사적 배경을 아는 것이 성경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는 한 가지 예가, 유다의 히스기야 왕 때 바벨론 왕이 선물과 함께 사절단을 보낸 이야기이다. 이 역사적 사실은 구약 열왕기하 20장과 이사야 39장 두 곳에 똑같이 기록되어 있다. 히스기야 왕이 죽을병에 걸렸다가 기적적으로 쾌유한 일이 있었다. 바벨론 왕 므로닥 발라단은 이를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사절단을 보냈고, 히스기야 왕은 기뻐하며 왕실의 보고와 무기고를 사절단에게 모두 보여주었다. 이를 알게 된 예언자 이사야는 앞으로 유다 왕국에 닥쳐올 무서운 재앙을 예언했다.
이 성경 기록을 읽을 때, 고대 근동 세계에 관해서 어느 정도의 역사적 지식이 있는 사람은 즉시 이상한 점을 발견할 것이다. 유다 왕국의 히스기야 왕 때는 (서기 전 715-687) 앗수르(=앗시리아) 제국이 세계를 제패하고,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지배하고 있던 시대였다. 앗수르 제국의 왕 이외에 바벨론에 ‘왕’이라는 존재가 있을 수 없는 때였다. 그런데 성경은 ‘바벨론 왕 므로닥 발라단’이 사절단을 보냈다고 했다. 어떻게 된 것인가? ‘왕’으로 호칭된 므로닥 발라단은 어떤 인물인가? 그가 히스기야 왕에게 사절단을 보낸 것은 또 다른 목적이 있던 것이 아닌가? 왜 히스기야 왕은 외국 사절단에게 왕국의 비밀이 되는 왕실 보고와 무기고 전부를 보여주었을까? 히스기야 왕은 하나님을 절대로 신뢰한 왕으로 칭찬을 받았다. (왕하 18:5) 그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을 끝까지 지켰을까? 왜 예언자 이사야는 히스기야 왕의 행위를 듣고 유다 왕국의 멸망을 예언했을까? 많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박준서 교수
<피터스목사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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