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길] 본향을 향하네

Google+ LinkedIn Katalk +

예년 같으면 설 명절을 맞아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정든 부모님과 일가친지를 만나는 설렘을 안고 떠나는 귀성 귀경 행렬은 힘들고 피곤하지만, 여전히 따뜻함과 포근함이 있었다.
얼마 전 성도님 한 분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나그네 인생길을 마감하고 본향을 향해 떠나셨다. 올해 설날을 앞두고 이 땅의 고향이 아닌, 영원한 고향, 참된 고향으로 돌아가셨다. 이 땅에서의 하숙 생활을 마감하고, 참 안식이 있는 아버지의 집으로 가신 것이다.

옛날 노래 중에 최희준의 ‘하숙생’이 있다. “인생은 나그네 길 /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 인생은 나그네길 / 구름이 흘러가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 인생은 벌거숭이 /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 강물이 흘러가듯 여울져 가는 길에 /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 인생은 벌거숭이 /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 없이 흘러서 간다.”
우리 인생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다. 신속히 간다. 날아간다. 모세를 통해 말씀하기를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편 90:10). 사도 바울은 “우리가 세상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디모데전서 6:7)라고 말씀하고 있고, 잠언에서는 “고운 것도 거짓되고 아름다운 것도 헛되나…”(잠언 31:30)라고 말씀한다.

잘생기면 얼마나 잘생겼고, 못생겼으면 얼마나 못생겼는가? 배웠으면 얼마나 배웠고, 가졌으면 얼마나 가진 것인가? 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등바등할 이유가 전혀 없다. 높아지면 얼마나 높아지고, 뭐 자랑할 것이 있는가?
그렇다면 인생은 허무한 것인가? 하나님 모르면 허무할 수밖에 없다. 정처 없는 나그네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정처 없는 나그네는 아니다. 갈 곳이 분명한 나그네이다. 본향, 더 나은 고향을 찾아가는 나그네이다. 그래서 허무하지도 덧없지도 않다. 소망이 있다. 미래가 있다. 여기가 아니라, 저기를 산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산다. 본향을 찾는 순례자의 삶을 산다. 나는 장례식 예배를 인도할 때면 언제나 히브리서 11장의 말씀을 읽는다. 거기에는 본향을 찾는 믿음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브리서 11:16) 그리고 늘 부르는 찬송이 있다. “괴로운 인생길 가는 몸이 평안히 쉬일 곳 아주 없네 걱정과 고생이 어디는 없으리 돌아갈 내 고향 하늘나라”이다. 이 찬송은 엉뚱하게도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추수감사절 찬송 경연대회에서 불렀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내 맘에 본향의 소망이 있었던 모양이다. 오늘도 본향을 향한 순례자로 살아간다.

윤석안 목사
<경천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