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의 생활신앙] 구름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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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가리켜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하여 꿈같은 것, 무상한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남가일몽(南柯一夢)도 같은 뜻이다. 또 다른 표현으로 흐르는 물(流水)이나 ‘쏜 살’ 또는 ‘안개’나 ‘구름’으로도 표현한다. 모두 ‘헛되다’ ‘부질없다’ ‘예측불허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어느 날 산 위의 구름과 산 아래의 구름이 산 중턱에서 만났다. 언제 그 산을 떠나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모르는 처지에 있었지만, 지난날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산 위의 구름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면서 영광을 누리던 때를 자랑했다. 산 아래의 구름은 바람이나 햇빛은 별로 받지 못했지만, 들판의 새소리와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지냈던 날들을 소개했다.

이 구름 이야기는 어느 산사(山寺)에서 수행하던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인생을 구름에 비유한 고사는 많이 있다. 조선 초기 함허득통 화상의 게송(偈頌)을 보면 “생은 어느 곳을 좇아왔는가? 생은 한 조각의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은 한 조각의 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뜬구름은 자체로 실체가 없다. 나고 죽음과 가고 옴이 또한 그렇지 않은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無實)라는 내용이 있다.

인생은 태어남(birth)과 죽음(death)의 두 사건 안에서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悪慾)의 인생사가 전개된다.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변하지 않는 게 없다. 끊임없이 생성과 소멸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해인 수녀는 <인생은 구름이고 바람인 것을>이란 시에서 인생을 구름과 바람으로 비유했다. “누가 나더러 청춘에 바람이었냐고 묻거든/나 그렇다고 말하리니/그 누가 날더러 인생도 구름이었냐고 묻거든/나 또한 그렇노라고 답하리라//왜냐고 묻거든 나 또 말하리라/청춘도 한 번 왔다 가고 아니 오며/인생도 한 번 가면 되돌아올 수 없으니/이 어찌 바람이라 구름이라 말하지 않으리오/오늘 내 몸에 안긴 겨울바람도/내일이면 또 다른 바람이 되어/오늘의 나를 외면하며 스쳐 가리니/지금 나의 머리 위에 무심히 떠가는 저 구름도/내일이면 또 다른 구름이 되어/무량 세상 두둥실 떠가는 것을/잘난 청춘도 못난 청춘도/스쳐 가는 바람 앞에 머물지 못하며/못난 인생도 잘난 인생도/흘러가는 저 구름과 같을진대//어느 날 세상 스쳐 가다가/또 어느 날 홀연히/사라져가는 인생을 두고/무엇이 청춘이고 그 무엇이 인생이라고/따로 말을 하오리까/우리의 인생도 바람과 구름과/다를 바 없는 것을” 이처럼 인생이란 순간에 스쳐 가는 바람이요, 잠시 머물다가는 구름과 같다고 하였다. 그러니 욕심내어 가지려 하지 말고, 집착으로 자승자박하지 말아야 한다.

오랫동안 수행하여 득도(得到)한 선각자들은 모두 무아(無我)와 무소유(無所有)를 가르치고 있다. 인간이 자아성찰(自我省察) 없이 무작정 산다면 동물보다도 더 저속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바람이나 구름과 같은 건데 조금 높은 곳의 구름이나 조금 낮은 곳의 구름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높은 곳에서 햇빛을 누리고 바람도 즐기는 구름이나 낮은 곳에서 새소리와 물소리를 즐기는 구름이나 똑같이 잠시 후면 소멸되어 사라질 것인데 무슨 대차가 있겠는가?

구약성경 전도서에서도 인생무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연기다. 한낱 연기다. 모든 것이 연기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한평생 일했건만, 한평생 뼈 빠지게 일했건만 무슨 성과가 있는가? 한 세대가 가고 다음 세대가 와도 변하는 것은 없다. 예부터 있던 지구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돌아간다. 해는 떴다가 지고, 다시 떴다가 지기를 되풀이한다. 바람은 남쪽으로 불다가 북쪽으로 불고, 돌고 돌며 다시 돈다. 이리 불고 저리 불며 늘 변덕스럽다. 모든 강이 바다로 흘러들지만, 바다는 넘치는 법이 없다. (萬里風吹 山不動, 千年水積 海無量) 강물은 옛날부터 흐르던 곳으로 흐르고, 처음으로 돌아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한다. 모든 것이 따분하다. 극도로 따분하다. 아무도 그 의미를 찾지 못한다. 눈에도 따분하고, 귀에도 따분하다. 이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해마다 다시 보아도 전에 있던 것이 있을 뿐이다. 아무도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않는다. 내일 일도 역시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전 1:1-11)

김형태 박사

<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더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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