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천체망원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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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수많은 별과 은하수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호기심에 이끌려서 천체망원경을 만들거나 구입해서 가지고 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유난히 천체망원경에 관심이 많았다. 두꺼운 마분지를 둥글게 말아서 만든 긴 통 양 끝에 볼록렌즈를 붙이면 훌륭한 망원경이 된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망원경에 이내 싫증이 나서 좀 더 고급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반사망원경 제작에 열을 올린 기억도 있다.
반사망원경은 오목한 반사경으로 빛을 모아서 접안렌즈로 관찰하는 것인데 뉴턴이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뉴턴식 망원경이라고도 부른다. 실제로 뉴턴은 여러 종류의 망원경을 직접 만들어 관찰을 했고 망원경기술 발전에도 커다란 공헌을 했다고 한다. 반사망원경의 핵심이 되는 반사경을 유리를 직접 갈아서 만드는 것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중학생에게는 무모한 것이었지만 당시 학생과학이라는 잡지가 그런 꿈을 꾸도록 부추겼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 망원경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어서 학회참석 등으로 외국에 출장갈 때마다 아마추어용 천체망원경에 눈독을 들여 오곤 했다. 그러다 어느 해 드디어 8인치짜리 슈미트 카세그레인 방식의 고가의 망원경을 구입하고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던 기억이 새롭다. 실제로는 그 망원경이 곧 고장나는 바람에 그저 서재의 장식품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천문학과가 인기가 없다. 졸업 후에 직장이나 장래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에 천문학과가 있는 대학이 몇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직장이나 장래 전망이 어두운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 각 대학의 천문학과는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대부분의 대학들에는 천문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비록 돈벌이나 출세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그 꿈을 쫒으며 사는 사람들이 미국에는 비교적 많은 것같다.
꿈을 쫒아서 성공을 이룬 대표적인 기업가로 일론 머스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전기차 회사 테슬라로 성공했지만 그의 궁극적인 꿈은 화성에 유인탐사선을 보내는 것이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2025년까지 그 꿈을 실현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는 것이 놀랍다.

하기는 보통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단념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실제로 일단계 로켓을 회수하는 획기적인 기술로 로켓발사비용을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가능성을 보여준 실적이 있기도 하다.
최근 천체망원경 제작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1990년 우주 궤도에 설치된 허블 망원경이다. 허블 망원경은 지상의 망원경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우주에 설치되기 때문에 24시간 사용이 가능하고 구름이나 공기로 인한 왜곡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허블 망원경이 지난 30년간 천문학 발전에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올해는 허블망원경보다 수십배 강력한 새로운 망원경의 우주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제임즈 웹 우주망원경은 빅뱅이 시작되던 초기 우주를 관측할 수 있고, 또 다른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직접 관찰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 한다.
필자는 어릴 적 꿈과는 다른 분야에서 평생을 보냈지만, 정년퇴직 후 요즘 그 꿈을 다시 찾아갈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김완진 장로
• 서울대 명예교수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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