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기업인의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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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반가운 기부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발표가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준 데 이어 김봉진 배민 창업자도 재산의 사회환원을 약속하였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부에 대한 인식과 기부문화에 바람직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
많은 미국 기업인들의 통큰 기부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서 우리나라도 언제 이러한 기부문화가 정착될까 생각하며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 기업인들의 기부 전통도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20세기초 미국의 유명재벌인 록펠러, 카네기, 밴더빌트, JP 모건 등의 기업인들이 교육과 문화 분야에 기부하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재산축적 과정에서 받은 사회적 지탄은 우리나라 재벌보다 훨씬 심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은퇴 이후 대규모의 기부와 문화사업을 벌인 결과 악덕 기업인라는 이미지보다는 사회사업가라는 선한 이미지로 후세에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록펠러는 석유재벌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고, 은퇴 후에는 자선사업에 몰두하여 명문 시카고 대학을 설립하였고, 록펠러재단을 통해 병원, 의학연구소, 교회, 학교 등의 문화사업으로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앤드류 카네기는 철강왕으로 회사를 JP 모건에게 넘긴 후 전 재산을 문화사업에 바쳤다. 미국 전역에 2500개의 공공도서관을 지어 기부하였고, 카네기홀과 카네기멜론 대학 등 수많은 문화시설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JP 모건은 같은 이름의 투자은행 설립자로서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줄 만큼 영향력있는 은행가였다. 카네기로부터 인수한 철강회사를 기반으로 US스틸을 설립하였고, 토마스 에디슨과 함께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설립하는 등 사업가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고 사후에는 그가 수집한 막대한 미술품들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기증하였다.
밴더빌트는 미국의 철도망을 독점하여 철도왕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 역시 난립해 있던 수많은 철도회사들을 회유와 협박으로 합병하고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엄청난 부를 쌓았다. 사망당시 1억 달러의 유산을 남겼는데 당시 미국 GDP의 1.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고 한다. 밴더빌트는 다른 재벌과는 달리 생전에 기부에 인색하였지만, 미국 남부의 한 대학에 백만 달러를 기부하였고 그 대학은 교명을 밴더빌트대학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분야에서 독점적인 재벌이 나타났고 이들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에 이르렀다. 20세기에 들어와 독점금지법의 강력한 시행과 함께 경제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기업인들이 존경을 받게 된 것은 록펠러와 같은 기업가들의 기부와 자선사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등이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라는 기부운동을 벌이면서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자선사업도 기업경영과 같이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경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자선사업 분야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기도 하다.
기독교 전통의 서구문화에서는 개인이 축적한 부가 그 자신의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사회환원이 당연한 것이며 개인은 청지기일 뿐이라는 정신이 강하다. 우리도 이러한 청지기 정신이 사회의 모든 분야를 이끌어가는 전통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완진 장로
• 서울대 명예교수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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