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과유불급》의 뜻을 바로 알고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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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앙산책’에서는 신앙인의 언어생활과 관련하여 특정 한자 어휘에 대한 올바른 사용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한다. 오늘의 어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은 오늘날 여러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어휘이다. TV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앵커, 수많은 군중들을 모아 놓고 강연을 하는 연사(演士), 반상회를 소집해서 열변을 토하는 통장님에 이르기까지 자주 입에 회자(膾炙)되는 어휘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과유불급’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과불급(過不及)’처럼 생략형으로도 사용되는데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음”을 뜻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에 대한 잘못된 설명이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 차라리 부족한 게 낫지, 지나치게 많은 것은 안 된다. 지나치면 독이 된다. 뭐든지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등등의 설명이 눈에 띄는 대표적인 오류(誤謬)의 예이다.      

“지날 과(過), 같을 유(猶), 아닐 불(不), 미칠 급(及)”이니 그 의미를 한 줄로 꿰어보면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즉 ‘지나침은 모자람이나 다름없다.’의 뜻이요, 부연하면 ‘지나침은 모자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중도(中道)나 중용(中庸)을 지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말함이다. 그런데 이 말을 인용하는 많은 사람 중에 위의 인터넷 검색 결과처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보다 못하다’라고 불합리한 해석의 토를 다는 것을 왕왕 보게 된다. 

사실 이 두 가지 표현은 의미가 비슷한 것 같지만 정확성을 두고 보면 상당한 의미상의 차이가 있다. 결론적으로 ‘같다’와 ‘다름없다’는 같은 말이지만 ‘같다’와 ‘~만 못하다’는 전혀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서로 싸우는 형제를 나무라면서 ‘형이나 동생이나 잘 못한 것은 같다’라고 말하는 것과 ‘형이 동생만 못하다’는 것은 의미상 큰 차이가 있는 말이다.

이 유명한 말은 논어(論語)의 선진(先進)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공(子貢)이라는 사람은 유난히도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기를 아주 좋아했던 모양이다. 그가 어느 날 스승 공자에게 묻는다. “선생님, 선생님의 제자 중에서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이 두 사람을 비교하면 누가 더 낫습니까?” 스승이 대답한다. “자장은 좀 지나치고 자하는 조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구나.” “그렇다면 ‘자장’이 조금 낫다는 말씀이신가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단다[過猶不及]”라고 스승인 공자가 대답하였다.

공자의 제자 중에 ‘자장’은 재주가 높고 뜻이 넓었으나 힘든 일을 하느라고 무리한 시도를 좋아해서 항상 중도(中道)를 지나쳤고 공자의 다른 제자 ‘자하’는 친구 간에 믿음이 독실하였고 매사에 규범을 삼가 지켰으나 언행의 규모가 협소해서 항상 중도(中道)에 미치지 못하였다 한다. 공자는 이 둘을 비교하면서 누가 더 나을 것 없이 모두 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보았던 것이다. 

유가(儒家)에서는 ‘중용(中庸)을 도(道)의 그 극치(極致)’로 삼는다. 얼핏 생각하면 자공의 생각처럼 ‘뛰어난 사람의 지나침’이 ‘어리석은 사람의 모자람’보다는 나을 것 같지만 사실은 양 쪽 모두 꼭 같이 중도(中道)를 지키지 못함을 일컫는 말이다. 

성경말씀 중에 “그런즉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대로 너희는 삼가 행하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하신 모든 도를 행하라(신 5:32).”는 말씀이 있는데 얼핏 보면 이 말씀도 ‘중도’와 ‘중용’을 강조한 말씀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사실 이 말씀 속에는 공자가 말한 《과유불급》을 뛰어 넘는 귀한 교훈이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성경이 말씀하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것은 ‘중도 노선’으로만 달려가라는 뜻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따라 ‘곧장 진리의 길로만 가라’는 말씀이다. “진리의 말씀에서 벗어난 것이 곧 좌(左)나 우(右)로 치우친 것”이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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