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번개 같은 기도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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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목사의 목회 일기 #1

을지로교회에서 부목사로 4년 8개월을 섬기다가 갑자기 부름을 받아, 작년(2021년) 9월 담임으로 청빙 요청받고 우여곡절 끝에 시골 교회로 청빙되었다. 시골 교회는 거리상 멀지 않아도 차량 운행은 꼭 해야 하는 구조였다. 부임 전에 타고 있던 차는 14년이나 되었고 30만km가 넘었다. 차가 너무 오래되었지만 탈만 했다. 이전 교회인 을지로교회에서 차를 잘 관리해 주셨다. 그런데도 차를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렬했기에 기도했다. 안수집사님에게 상의도 드렸다. 시골 교회 특성상 어르신들을 섬기기 위해서는 차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마침, 지인 목사님의 친척이 현대자동차에 근무하여서 좋은 조건의 차가 할인되어서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 차를 오래 잡고 있기는 어렵다고 했다. 차가 금방 나오기도 하지만, 300만 원 이상 할인이 되기 때문이었다. 사실 대기 오염으로 LPG 차량을 구매하려 했다. 그런데 단석교회(양평군)가 있는 양동면에는 LPG 충전소가 없었다. 지인 목사님이 충고하셨다. 차 충전하는 게 일이 되면 차가 우상이나 상전이 된다고. 맞는 말이다. 그래서 고집을 꺾고 그냥 연비 좋은 경유 차량, 그리고 새 차이니 매연도 덜할 것이라는 위로와 함께. 그러나 차 가격이 3천2백만 원 정도. 만만치 않다. 아주 작고 어려운 시골 교회로서는 말이다. 수요 예배 인도하면서 기도했다. 구체적인 기도 제목으로 성도들과 나눠도 되냐고? 혹시 성도들이 마음에 부담을 느끼면? 새로 온 목사가 너무 앞서 나가면?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우선 예배와 기도에 집중했다. 그리고 기도 인도 중에 하나님이 용기를 주셨다. 정직하고 구체적으로 기도하라고. 기도 제목을 내놓았다. 교회를 위한 구체적인 기도로 먼저는 좋은 반주자 보내 주시길, 마음껏 찬양할 수 있는, 그리고 차량 구매에 대한 기도를 했다. 믿음으로 기도하고 받은 줄 알면서 기도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목사가 제일 믿음이 없었다는 게 곧 밝혀졌다. 나는 언젠가 주실 줄 알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여유 있게 가졌다. 그래야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배 후 성도들과 함께 논의했다. 차량을 계속 우리가 잡고 있을 수 없으니 결정하여 통보해야 하겠다고. 안수집사님께서 차량 목적 헌금을 하자고 하셨다. 

그 순간 앞쪽에 앉으신 손 권사님께서 “목사님 제가 이천만 원 헌금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다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뒤에 계시는 노(老) 권사님이 안타까워 하셨다. 시골에서 그만한 지출은 무리인데 생각하시고 걱정하시는 듯하여 이해도 되었다. 나는 그저 할 말이 없었다. 침묵을 지켰다. 감사와 미안함과 부끄러움도 전해졌다. 왜냐하면 성도들이 안 하시면 나라도 아내한테 혼나는(?) 한이 있어도 부담되지만, 차량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사님, 제가 천만 원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저 뒤쪽에 계시는 김 권사님이 말씀하셨다. 자동차 값 전액보다 더한 금액이 벼락같은 기도 응답으로 모아졌다.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내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두 손 모으고 기도하자고 했다. 성도님들은 기도 속에 간절함의 ‘아멘’ 진실 어린 ‘아멘’을 고백하면서 기도를 마쳤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참았다. 여리고 작은 자들을 쓰시는 하나님을 찬양했다. 안 집사님이 그래도 다른 교인들에게 축복의 기회를 주자고, 차량 금액이 다 모였을지라도 ‘차량 작정 헌금’을 하자고 하셨다. 그렇다. 우리 성도들이 나보다 더 큰 그릇이며 은혜의 여정에 함께 하신다. 속으로 다짐해 본다. 목양일념(牧羊一念) 단석교회는 절대로 작지 않았다. 그렇게 선한 역사, 성령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김동기 목사

<단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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