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LG트윈즈 박용택의 아름다운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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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일[토]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오후 5시부터 LG트윈즈와 롯데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이미 1년 8개월 전에 은퇴한 LG트윈즈의 박용택(1979~ ) 선수의 은퇴식과 그의 등번호 ‘33번’의 영구결번식(永久缺番式)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날 영구결번식은 같은 팀에서 등번호 ‘41번’을 달았던 김용수(1960~ ) 선수와 등번호 ‘9번’의 이병규(1974~ ) 선수에 이어 LG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지정된 이벤트였다. 이것은 KBO전체를 통틀어도 단 16명에게만 허락된 영예라고 한다. 이날 경기에 나온 LG선수들은 모두 등번호 33번을 달고서 박용택에 대한 다양한 별명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니 ‘용암택’, ‘기록택’, ‘울보택’, ‘찬물택’, ‘가을택’, ‘출루택’ 등 그의 현역 시절, 그에게 붙여졌던 다양한 별명들이었다.

박용택은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을 거쳐 2002년 프로에 데뷔한 뒤, 19년간 LG에서만 뛴 LG 프랜차이즈[=本據地] 스타 선수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느라 고졸선수들보다 4년 늦게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인 ‘2,504개’를 기록하였다. 골든글러브는 네 차례나 차지했었다. 류지현 LG 감독은 “박용택은 늘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변화를 멈추지 않는, 마음이 열린 선수였다. 팬들과 소통도 굉장히 잘해서 모범적인 모습을 남기고 은퇴했다. 영구결번은 돈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다”라고 덕담을 남겼다. 

이날 롯데 전에 나온 LG의 선발 투수는 박용택의 휘문고 13년 후배인 임찬규(1992~ )였다. 투수 로테이션상 원래 등판 예정일이 아니었는데 장마로 인해서 주중 두 경기가 취소 순연되는 바람에 임찬규가 ‘하늘의 선택’을 받게 된 것이었다. 박용택은 특히 이날 선발투수 후배 임찬규에게 ‘정신을 바짝 차리라’는 의미로 뺨을 살짝 때리는 시늉을 하며 격려하였고 임찬규는 “야구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휘문택’이라는 이름을 등에 단 임찬규는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기대에 부응하여 이날 LG는 4-1로 승리하였다. 잠실야구장은 경기 시작 23분 만인 오후 5시 23분에 입장권 23,750장이 모두 팔려나가 올 시즌 첫 전좌석 매진(賣盡)을 달성했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기록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9월 29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폭염 특보 속에 23,000여 관중이 꽉 들어찬 잠실구장은 경기 내내 ‘용암택’처럼 뜨거웠고, 경기가 끝나자, 잠시 조명을 끄고 캄캄한 그라운드에서 팬들은 휴대폰으로 불빛을 밝힌 채 ‘박용택’을 외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으며 주인공 ‘울보택’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라운드 한 가운데서 관중을 향해 큰절을 올린 ‘박용택’은 그라운드 곳곳을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이렇게 ‘LG의 심장’ 박용택(43세/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정든 그라운드와 공식적으로 작별을 했다. 

경기가 종료되자, 영구결번의 선배 두 사람, 김용수 선수와 이병규 선수가 그라운드로 나와 후배에게 꽃다발을 주며 포옹으로 축하해주었고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었다. 박용택은 고별사에서 “아쉬운 게 딱 하나 있다.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하는 것이다”라면서도 “대신 팬들의 사랑을 손가락에 끼고 간다”고 멋진 인사를 남겼다.

조명탑이 꺼진 후 박용택의 인터뷰 영상이 전광판에 소개된 후 줄무늬가 들어간 하얀색 양복을 입은 박용택이 그라운드 단상에 등장했다. 팬들은 박용택의 이름을 연호하며 축하해주었고 이어서 박용택의 입단 후부터 기록된 프로야구 활약상을 담은 영상이 전광판에 상영됐다.

LG 차명석 단장이 영구 결번을 선언하고, 박용택이 버튼을 누르자,  잠실구장 좌측 외야 상단에 영구결번 3개의 깃발이 나란히 내걸렸으며 잠실구장에 화려한 축포가 터졌다. 박용택은 고별사 마지막 부분에서 아내, 부모님, 팬들께 감사인사를 전했는데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면서 목이 메어 한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서 LG의 현역선수 전원이 그라운드에 나와서 떠나는 선배를 헹가래를 해주었다. 

코로나로 인한 후유증이겠지만 요즈음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정년퇴임식도 사라졌다고 한다. 은퇴교수가 정해진 시간에 교무처에 들러 전달해주는 기념품을 받는 것으로 퇴임식을 대신한다고 하니 참으로 허탈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와 대비하여 구단본부와 수만 명이 운집한 야구팬들과 선후배 야구인들의 축하와 환대와 응원을 받으며 퇴장하는 ‘박용택 선수의 뒷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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