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리더] 역사(歷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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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歷史)에 대한 뜻글자인 한자에는 어떤 의미가 함의되어 있을까? 지날 역(歷) 자는 ‘지나다’나 ‘겪다’라는 의미의 뜻글자이다. 역(歷) 자의 갑골문을 보면 나무 두 그루와 사람의 발자국 모양의 그칠 지(止) 자가 함께 그려져 있다. 지(止)  자는 발을 멈추고 그 자리에 있다는 뜻과 발을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의 두 가지로 사용하였다. 금문에서는 나무 목(木) 자를, 벼 화(禾) 자로 바뀌었고, 기슭 엄(厂) 자가 더해지면서 역(歷) 자를 만들었다. 비록 글자의 조합이 바뀌기는 했지만 역(歷) 자는 ‘지나다’나 ‘겪다’, ‘세월’과 같이 지나온 발자취를 의미한다. 사기 사(史) 자는 ‘역사’나 ‘사관’이라는 의미를 가진 뜻글자이다. 사(史) 자는 입 구(口) 자 부수로 지정되었지만 입 구(口) 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가운데 중(中) 자와 손을 형상화한 또 우(又) 자의 합성어가 사기 사(史) 자이다. 중(中) 자는 제관(祭官)들은 신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점을 칠 때 사용하던 주술 도구를 상징한다. 사(史) 자는 그것을 손에 쥐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객관성을 상징하는 가운데 중(中) 자와 기록을 하는 손을 형상화한 또 우(又) 자의 합성어로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기록하는 행위’를 함의하고 있어 제관이 임금의 언행이나 역사를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역사’나 ‘사관’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기원전 5세기 초에 공자(孔子)가 엮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사서(史書) 『춘추(春秋)』는 유학(儒學)의 오경(五經) 중 하나이다. 동양에서는 공자가 편찬한 춘추(春秋)의 정신을 이어받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을 역사기록의 근본정신으로 삼았다. 주자의 성리학(性理學)에서도 춘추필법의 정신은 왕조의 정통성을 부여하는 정통론이었다. 춘추필법은 사건과 인물에 대한 정확한 묘사와 평가보다, 수사법 자체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완곡어법으로 평가를 대신한다.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사람은 실제보다 작위를 깎아서 기록하는 등의 방식이 그러하다. 

인간의 역사는 시간에 따라 전 지구상에서 진행되었다. 이를 지역과 대상에 따라 세계사(世界史)와 각국사(各國史), 동양사(東洋史), 서양사(西洋史)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통사(通史)와 분야별로 다루는 분류사(分類史)도 있다. 분류사에는 정치사·경제사·사회사·사상사·문화사·예술사·문학사·어학사 등 다양한 종류의 역사가 있다. 19세기 History란 용어가 들어오기 전 동양의 역사는 사(史)·감(鑑)·통감(通鑑)·서(書)·기(記)라는 용어로 쓰였다. 『서구의 몰락』을 저술한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문명 유기체론에서 모든 문명은 생명체와 같이 그 수명이 있다는 비극적인 역사관을 주장했다. 그의 문명 유기체론은 괴테의 역사관에서 힌트를 얻었다. 근대 철학을 완성한 헤겔은 “인간은 한계가 없다. 내가(인간정신) 바로 세계다”는 낙관적인 역사관을 주장했다. “문명은 운동이지 상태가 아니다. 문명은 또한 항해이지 항구가 아니다”는 명언을 남긴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를 저술하면서 역사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주장했다. 역사를 ‘발생ㆍ성장ㆍ해체’ 과정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는 유기체로 봤던 그는 문명이 발생할 때는 반드시 ‘창조적 소수자’가 나타났으며 창조적 소수자들의 창조력이 소멸되기 시작하면 문명이 쇠퇴한다고 분석했다. 이상은 인간 중심의 역사관이자, 현세(현재) 중심의 역사관이다. 성경적인 역사관은 종말론적 역사관으로 역사의 주관자가 하나님이며, 내세(미래)가 중심이 된다. 기독교인들은 역사를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 과정으로 인식한다. 하나님의 뜻이 역사 속에 나타낸다는 믿음으로 현세의 고난을 이겨낸다.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며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며 전진하기 때문에 역사는 계속해서 발전한다.

고영표 장로 (의정부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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