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하나님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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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리학, 천문학, 생물학 등 과학의 발전은 눈부시다. 그런데 현대과학은 대체로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고 원자의 우연적인 결합과 운동으로 우주와 생명의 탄생과 진화과정을 설명하는 유물론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과학이 발전할수록 기독교신앙은 점점 지식공동체에서 외면을 받고 젊은 세대가 교회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러한 지적인 분위기에 대항하여 현대과학의 발전이 오히려 하나님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소수이지만 일군의 과학자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인 스테판 메이어(Stephen C. Meyer)라는 과학철학자가 2021년 출간한 ‘하나님 가설의 부활’이라는 책이 필자의 주목을 끌었다. 

이 책에서 메이어는 현대 첨단 과학분야의 발전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특별히 가장 중요한 세가지 사실이 하나님의 존재를 강하게 시사한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빅뱅이론이다. 전통적으로 과학과 철학은 우주가 무한한 과거부터 영원히 존재해 왔다는 가설을 지지해 왔는데, 20세기에 들어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1920년대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천문학 관측을 바탕으로 해서 우주가 과거 특정한 시점에서 시작되었다는 빅뱅이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 빅뱅이론은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라는 성경적 관점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는 것이다. 

둘째는 중력상수와 같은 우주의 여러 상수가 우연적인 값을 가질 뿐 아니라 그 상수가 극히 조금만 달라져도 탄소가 생성될 수 없고 따라서 생명도 인간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와 같이 우주가 인간과 생명이 존재하도록 특별하게 미세 조정이 되어 있다는 것은 어떤 지적인 존재가 있어서 우주를 디자인한 결과라고 추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단세포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동일한 DNA 코드에 의해 유전자 정보를 기록하고 전달한다는 사실이다. 흡사 컴퓨터의 디지털코드와 같이 A, C, G, T라는 네가지의 코드의 결합에 의해 생명의 모든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이 어떤 설계자의 의도없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비합리적인 생각이라고 메이어는 주장한다.

많은 유물론적인 과학자들은 현대과학은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가정하지 않고서도 순전히 자연주의적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또한 하나님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영원히 증명할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는 하나님이라는 초월적인 존재를 가정해야 설명할 수 있었던 현상이 많았지만 현대과학에서는 그럴 필요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즉, 과학에서 하나님 가설은 그야말로 불필요한 단순한 가설에 불과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메이어는 유물론적인 입장에 서있는 대다수의 과학자와는 달리 과학의 성과가 오히려 하나님 존재를 가리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물론 메이어도 이러한 사실들이 하나님 존재를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크리스천으로서 자신이 믿고 있는 하나님 신앙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하는 그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의 주장이 과학계의 거대한 유물론적인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신앙은 과학의 좁은 사유의 한계를 넘어 삶에 대한 총체적인 성찰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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