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한국의 불평등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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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 세계에서 얼마나 불평등한 나라일까? 언론을 통해 가끔씩 인용되는 통계를 보면 들쑥날쑥이다. 언론의 성향에 따라 서로 자신의 입장에 유리한 통계를 인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통계 자체가 다양하고 조사방법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보여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통계는 그 나라의 실상을 정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서 공정성과 정확성이 생명이지만 정치인들은 통계를 자신의 입장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유혹을 받기 마련이다. 지난 정부에서 통계청장 임명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우리나라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세 가지가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지표는 지니계수이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사이의 수치로 표시되는데, 완전 평등한 경우가 0, 완전불평등한 경우 1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도 지니계수는 0.331이었다. 두 번째 지표는 소득상위 20% 가구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서 5분위 분배율이라고 한다. 2022년도 5분위 분배율은 5.96이었다. 이 숫자는 낮을수록 평등한 분배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상대적 빈곤율인데 이 지표는 중위소득자의 50%가 안되는 소득계층을 빈곤층으로 분류하고 전체 가구중 빈곤층의 비율을 계산한다. 2022년도 우리나라 빈곤율은 15.1%였다. 

대표적인 통계인 지니계수는 통계청이 2만 명 정도의 가구를 표본으로 하는 표본조사라는 점에서 신뢰도의 문제가 있는 데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조사방법을 바꾸면서 값이 대폭 상승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대체로 다음 몇 가지의 결론은 분명해 보인다. 

먼저 국제적인 비교를 보면, OECD 선진국 중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이고 그 다음이 우리나라와 일본이며, 프랑스, 독일과 같은 서유럽국가들이 그다음 순위이고, 그리고 가장 평등한 나라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국가들이다. 러시아와 중국, 남미국가들은 미국보다 훨씬 불평등하다. 따라서 세계 전체로 볼 때 우리나라는 특별히 불평등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과 영국은 전통적으로 개인적 자유와 경제성장을 평등보다 더 중시하는 사회로서 자유방임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오히려 예외적인 국가이다. 유럽은 일찍부터 사회민주주의 국가로서 평등과 복지에 중점을 두었고, 특히 인구 500만 명 내외의 소국들로 이루어진 북유럽은 공동체적 평등주의가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이 심화했고 특히 지난 20년간 중산층이 줄어들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그 원인으로 세계화와 기술혁신을 들 수 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확산하면서 기술의 격차가 소득 격차를 초래하였고, 이것이 세계화를 통해 더 증폭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나라가 특별히 불평등한 것도 아니고 또 우리나라만 특별히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특별히 불평등하다는 정서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필자의 생각에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모두가 함께 못사는 완전한 평등에서 출발하였으므로, 평등의식과 함께 누구든지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수성가형 정서가 동시에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 안에는 미국과 같은 성공지향과 함께 북유럽의 평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서가 공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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