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리더] 꼬리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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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하면 생각나는 것은 ‘꼬리 자르기’이다. 정치인이나 오너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부하에게 책임을 대신 지우고 처벌을 받게 하는, 자신의 죗값을 힘없는 약자들에게 온전히 덮어씌우고 빠져나가는 행위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러나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를 살펴보면 생존의 지혜가 그 속에 담겨 있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는 호사가의 말장난에 희생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이렇게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도마뱀이 훨씬 훌륭하기 때문이다. 도마뱀은 실제로 남의 꼬리가 아니라 자기의 꼬리를 잘라낸다. 엄청난 자원을 포기한 것이며 이후의 삶도 만만치 않은 것을 잘 알면서도 생존을 위하여 잘라낸다. 그것도 일생에 단 한 번, 생존의 기로에서 스스로 꼬리를 잘라낸다. 그럼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대해 알아보자.

막다른 길목에서 천적(天敵)과 마주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흔든다. 흔들리는 꼬리를 천적이 주목하면 잽싸게 꼬리를 자른다. 살아서 꿈틀거리고 있는 잘린 꼬리에 천적이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도마뱀은 위험에서 탈출한다. 도마뱀의 꼬리는 연골로 된 골절면이 있는 여섯 번째 이하의 꼬리뼈 마디에서 잘린다.

도마뱀은 꼬리가 잘리면 척추혈관이 수축되어, 거의 피는 흘리지 않고 통증도 상대적으로 적다. 연골로 된 골절면에 줄기세포가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차츰 꼬리가 재생된다. 도마뱀은 꼬리에 양분을 저장한다. 모든 파충류는 죽을 때까지 성장을 계속하는데, 꼬리를 재생시키기 위해 다른 부분의 성장이 일시적으로 정지된다. 꼬리가 없으니 움직일 때마다 균형 잡기가 힘들어 움직임이 굼뜨게 된다.

그런데다 재생된 꼬리는 원래 꼬리와 다르다. 잘려 나간 꼬리에는 뼈가 들어 있지만 새로 생긴 꼬리에는 힘줄만 있을 뿐 뼈가 없다. 그리고 모든 도마뱀이 꼬리를 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마뱀은 모두 16개 과가 있는데 다섯 개 과는 꼬리를 자르지 못한다. 11개 과에 속한 모든 종의 도마뱀이 꼬리를 자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중 일부만 꼬리를 자를 수 있다.

도쿄시는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메인 스타디움을 확장했다. 주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조그만 목조건물이 있어 보기가 흉했다. 철거 작업을 위해 작업인부들이 지붕을 벗기려는 순간 꼬리 쪽에 못이 박힌 도마뱀 한 마리가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호기심이 생긴 인부들은 도마뱀이 못에 박힌 채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알아보았다.

집주인은 3년 전에 지붕을 수리할 때 못을 박았는데 그때 도마뱀이 못에 박힌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이 말을 들은 현장감독은 철거 공사를 잠시 중단한 후, 도쿄대학 생물학과 아베 교수에게 연락해 도마뱀이 어떻게 먹이 없이 3년이나 살 수 있었는지 알아보았다. 전혀 이해할 수 없어 숨어서 도마뱀을 관찰해보기로 한 아베 교수. 이윽고 밤이 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똑같은 무늬의 도마뱀이 다가오더니 먹이를 입에 넣어주었다. 먹이를 먹인 후 서로 얼굴을 비비며 한참 놀다가 다시 사라졌다. 아베 교수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자유로운 도마뱀이 못에 박힌 도마뱀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니…. 두 도마뱀이 어미와 새끼 관계인지, 친구나 부부 관계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지붕 밑에서 힘든 고통을 함께 나눈 지 3년, 이들 도마뱀은 올림픽 공사를 계기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뉴스는 당시 토픽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고영표 장로 (의정부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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