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리더] 생명의 숫자, 삼(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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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의 양막(羊膜) 안에 있는 걸쭉한 액체를 양수(羊水)라고 한다. 태아의 발육을 돕고 출산할 때 흘러나와 분만을 쉽게 해주는 신비한 물이다. 한자 양 양(羊) 자는 보통 짐승의 한 가지인 양을 뜻하지만, ‘상서롭다’, ‘배회하다’는 뜻으로도 사용한다. ‘상서로운 물’이란 뜻의 ‘양수(羊水)’를 우리말로 ‘모래집물’ 또는 ‘머리받이물’이라고도 한다. 출산 때 태아와 함께 나오는 탯줄, 태반 등의 부산물을 ‘삼’이라 한다. 해산한 뒤에 태(胎)를 자르는 것을 ‘삼(을) 가르다’, 그렇게 자른 태를 사르는 불을 ‘삼불’, 어린아이의 살갗에 열기로 인하여 생기는 불긋불긋한 점을 한방 용어로 ‘삼꽃’이라 부른다. 잉태된 후 자궁 속에서 10개월을 살다가 자궁을 떠나 세상에 태어난 인간. 탯줄을 절단함으로 자궁의 둥지를 떠난다. 의존적(依存的)인 삶을 떠나 의지적(依支的)인 삶의 여정을 시작한다. 결혼을 하게 되면 부모 슬하를 떠나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 결혼이란 서약을 통해 부모의 둥지를 떠난다. 의지적(依支的)인 삶을 떠나 자존적(自存的)인 삶을 시작한다. 세 번째는 죽음을 통해 익숙했던 육체의 둥지를 떠난다. 의존적(依存的)인 삶, 의지적(依支的)인 삶, 자존적(自存的)인 삶은 세 번의 이별, 익숙했던 둥지를 떠나야 완성되는 삶의 진수(眞髓)를 말한다. 삼(三)은 일(一)의 양(陽)과 이(二)의 음(陰)이 만나 변화하는 숫자이다. 3은 하나 둘 다음의 1차 완성수(完成數)이며, 음양을 관리하는 조정수로, 천지인 원방각(ㅇㅁㅿ)을 표상(表象)한다. 하나의 양 (一)이 두 개의 음(二)에 만나 창조된 생명이 솟음을 상징한다(三). 처음과 중간과 끝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전체를 나타내는 숫자다. 3은 만물과 인간의 육(肉), 혼(魂), 영(靈), 정(精), 기(氣), 신(神), 낳음(生), 삶(成), 죽음(滅), 처음(始), 가운데(中), 끝(終)을 상징한다. 3은 하나의 양(一)이 두 개의 음(二)에 싸여 성장과 발전의 새로운 시작을 한다(三). 그래서 3은 창조를 상징하며 생명이 솟음을 나타낸다. 3은 이원성(二元性)을 극복한 삼원성(三元性)으로 통합을 뜻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숫자 3은 완성, 신성, 통합을 상징한다. 다만 이를 인식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숫자 3의 개념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한 이론이 기독교의 삼위일체론(三位一體論)이다. 삼위일체는 초기 기독교 시대에 등장, 후에 정립된 기독교의 종교관이다. 우리나라의 종교도 숫자 3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한민족의 탄생설화에는 ‘3’이라는 숫자가 녹아 있다. 환인(桓因), 환웅(桓雄), 단군(檀君)으로 이어지는 삼신체계, 천부인 3개, 풍사(風師), 우사(雨師), 운사(雲師)의 3인, 삼신할머니, 삼족오(三足烏) 등이 그 흔적이다. 중국 청동기 문화의 대표적인 제사 도구, 제기(祭器)를 뜻하는 정(鼎)이란 글자도 다리 셋을 형상화했으며 입법, 사법, 행정의 삼권분립(三權分立)은 민주국가의 근간이다. 법치국가의 입법체계도 삼심제도이다. 삼세번은 다수의 인간이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칙이다. 가위, 바위, 보도 세 번을 해야 승복하고 만세를 불러도 삼창(三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인데, 5백 년 동안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유교는 천지인(天地人) 합일을 천인(天人)으로 축소시키고, 군자(君子)와 소인(小人), 천심(天心)과 인심(人心), 도(道)와 기(器), 이(理)와 기(氣) 등의 대립적인 개념을 생산하여 이분법의 논리로 소리 내지 않는 절대의 다수 생각을 왜곡시켰다. 중간지대, 완충지대가 없는 흑백논리가 분명한 사회는 모두가 의인(義人)인 사회이다. 자신이 옳다는 착각 속에 살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소견대로 사는 사회이다. 보수도 진보도 소리 내지 않은 다수의 뜻을 분별하지 못한다면 우물 안에 개구리일 뿐이다. 자신의 둥지를 떠나야 세상의 소리가 들린다. 자신의 진영을 떠나야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둥지를 떠나지 못한 의존적인 사람들이, 둥지를 떠나기 싫은 의지적인 인물들이 민의(民意)의 대변자라는 사실이 슬픈 아침이다.

고영표 장로 (의정부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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