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칡넝쿨과 등나무 

Google+ LinkedIn Katalk +

숲과 야산에 칡넝쿨이 넓게 퍼져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하지만 칡뿌리는 영양이 풍부한 즙을 내기에 짜서 갈아 마시면 몸에 좋고 칡넝쿨은 질겨서 거두어 꼬면 산에서 무거운 것을 나르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등나무는 보통 정원에 심어서 그늘집을 덮도록 해 사람들이 그 아래서 볕을 피하며 시원한 바람을 쏘인다. 그런데 어인 유래인지 칡을 뜻하는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 자를 묶으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하고 배척하며 미워한다는 뜻의 갈등이라는 말이 된다. 칡넝쿨은 왼쪽으로 감아 돌아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꼬이기에 그런 표현이 생겼다는 설명도 있는데 과연 맞는지 모르겠다. 

우리사회의 갈등구조가 다면적으로 심각해서 큰 문제라고 걱정들을 하고 정말로 날마다 신문을 펴들면 정치, 사회, 경제, 문화면마다 그것이 사실임을 증명하려는 기사들로 넘쳐난다. 오죽하면 2005년엔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라는 기관이 생겨 활동을 계속하고 있고 학계에는 한국갈등학회라는 모임도 있다고 한다. 이런데 속하는 활동가들이나 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갈등현상이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열심히 연구하고 분석하고 할테지만 안타깝게도 문제들이 완화되고 해소되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사회적 갈등현상은 해외에도 소문이 났다. 영국의 유수한 런던대학 킹스칼리지와 BBC방송 같은 데서 조사연구해 결과를 내놓았는데 이념, 빈부, 성별, 종교, 학력, 연령, 정당, 도시와 농촌, 원주민과 이주민, 사회계급, 인종, 정치권력 등 각국에 내재하는 갈등요소 가운데 한국은 앞의 일곱 가지에서 심각한 정도가 수위를 달린다고 확인했다 한다. 유감스러우나 이런 내용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불행히도 여기에다 한가지 덧붙여야만 할 것이 있다. 최근의 가슴 아픈 현실로서 학교 교사와 학부모간의 갈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적인 사건들이다. 이것이야 말로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가장 부끄러워해야만 할 심각한 문제이다.  

보통 갈등이 발생하는 사태는 한쪽의 이익이 다른쪽에 손해가 되는 경우인데 지식과 윤리정신을 배양하며 가치의 충돌이란 있을 수 없는 학교에서 어찌하여 당사자인 학생-학부모와 교사사이에 신뢰 대신 경계심이 자리잡아 감시하고 감시받는 사이가 된다는 말인가. 지나간 한 시기, 살기가 지금보다 어려웠던 때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교사들을 섬기고 물질을 제공하기까지 해서 문제였는데 어느덧 반전을 일으켜 학생인권보호가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고 교권은 상대적으로 숨어들었다. 이 과정을 재촉한 것이 출산율 저하요 핵가족에서의 자녀 과보호였음을 누구나 다 안다. 

지난 80년 가까이 남북대결이라는 불가항력적인 갈등구조속에 살아온 우리가 나라 안에서 또 열두 가지 갈등요인을 안고 허덕여야 할 까닭이 도대체 무언가. 국민의힘은 무엇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무엇인가, 보수는 무엇이고 진보는 무엇인가. 우리는 합력해서 독재체제를 극복하고 산업을 발전시켰고 이젠 노사관계도 어느정도 협력의 틀에 도달했다. 전 국민 남녀가 트로트 열풍에 목청을 돋우고 젊은이들은 BTS, 블랙핑크, 뉴진스를 앞세워 세계무대를 점령하고 있고 K-food, K-beauty는 6대주에서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칡넝쿨과 등나무도 가을이 되어 잎들이 떨어지면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봄을 기다려야 한다. 그놈들처럼 같은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우리들은 애국하고 애족하며 서로 사랑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 먼저 학교에서부터 사랑을 회복하자.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