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성숙한 분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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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 살고 있는 세계인들이나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자기의 분수를 아는 사람들은 성실한 사람들로서 희망을 기대해도 좋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자기의 분수를 모르고, 자신이 서야할 위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헤매는 사람들은 내일의 희망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분수를 아는 국민이 많을수록 그 나라는 건실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겠지만, 분수를 모르고 헤매는 국민이 많은 국가일수록 건실한 국가로 계속 발전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성인이 되면 남녀 공히 결혼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적 현상이다. 물론 경제적 조건 때문에 결혼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이 아닌 경우도 있다. 그런데 어떤 청년이 결혼하기 위해 여러 차례 맞선을 보았다고 하자, 그럴 때마다 깊은 생각 없이 결혼을 비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는 동안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 40세가 넘어 50세를 향해 가고 있는 나이 많은 노총각 노처녀가 되었다고 하자. 혼기를 놓친 상태에서 선택의 폭은 더욱 줄어들기 마련이다. 더욱 나이가 많은 상황에서 후회한들 돌이킬 수 없다. 혼기를 놓친 이들 청년들의 문제는 그들 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요, 가정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결국 가정에 희망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하고, 생산인구의 감소로 국가가 서서히 몰락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마저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떤 사람이 원룸이나 투룸에 살다가 면적이 넓은 아파트로 이사가고 싶어서 은행에서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하자. 그런데 자기 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대출을 많이 받았을 경우에는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구입한 주택을 매도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도 자신의 경제 사정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기업 확장을 분수를 상실한 채 무리하게 은행 빚을 얻어 확장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당진제철소 한보철강 정태수 회장 같은 분은 자기자본 900억 원 정도 밖에 안 되는 중소기업가가 정경유착을 악용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5조 원을 대출 받아 20개 계열 회사를 만들어 방만하게 운영하다가 1997년 IMF시대를 초래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뼈저린 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를 운영하는 국가의 통치자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국민이 조세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국민영합주의라는 포퓰리즘(populism)에 빠져 지속적인 성장의 뒷받침도 없는 형편에 나누어 주는 분배에 역점을 두다 보면, 베네수엘라(Venezuela)를 비롯한 일부 중남미 국가들과 같은 경제적 위기 국면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원전(原電)의 위험성과 폐해가 많다고 원전공론화위원회의 견해를 존중하여 기존 원전을 점차 줄이고, 태양광, 풍력, 가스 등 신재생 에너지로 전력생산의 정책방향을 바꾸어 갔다. 이상(理想)은 좋았겠지만, 비현실적(非現實的) 결과로 한전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였다. 그런 문제는 원전공론화위원회의 견해보다 원자력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를 더 많이 존중했어야 마땅했다.

결국 개인이나 공동체나 국가의 지도자들이 분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막대한 손실이나 혹독한 실패의 쓴 잔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해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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