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한 마리 양을 찾아

Google+ LinkedIn Katalk +

예수님께서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를 비유로 말씀하셨다. 잘 따라오는 99마리의 양을 우리 안에 잘 머물게 하고 떠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들이 안전하게 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예수님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떠나 한없이 헤매며 양을 찾기에 열중하신다. 그 목자가 바로 내니라, 잃은 자를 찾아 구원하려고 이 땅에 왔노라고 설파하신다. 

그 한 마리 양이 바로 나일 수 있다. 어려서부터 수없이 많은 분들의 전도를 받고서도 불교의 인과응보가 논리적으로 맞다는 생각과 윤회전생의 법리를 굳게 믿으면서 귀를 닫고 살았다. 불도에 심취한 외할머니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자란 것이 그리 살게 된 일등공신이었다. 

외할머니가 3년을 절에 가서 바가지로 우물물을 다 퍼내고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치성을 드려 아이를 빌어다가 당신의 치마폭에 그 아이(?)를 싸 담아 가지고 200리 길을 기차에 흔들리며 남원까지 내려갔다. 어머니 치마폭에 아이 받으라며 안겨 주고 전주 외가로 돌아오셨다니 얼마나 지극한 정성인가? 그 덕인지 모르나 혼인 3년 만에 어머니는 임신의 기쁨을 맛보았다. 

이 남다른 출생 비화 때문에 나는 대학에 오느라 서울로 올 때까지 그 미륵댕이라는 작은 암자에 생일이면 외할머니를 따라 참배를 가야 했고 외할머니는 아주 작은 질그릇 시루에 손수 찐 흰 무리를 그 암자와 우리 집에 하나씩 보내주셨다. 그 떡 맛은 일품이었고 감사로 목이 메곤 했다. 외할머니 가신 후에도 굳건히 부처를 섬겼다. 초파일에만 절에 가는 정도였지만 마음은 그대로였다. 많은 친구들이 전도를 할수록 더 굳어져서 더 열심을 내었다.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했던가? 예수님을 만나기 직전에는 반야심경을 열심히 외우는 쾌거(?)를 이루어내기도 했다. 그동안 그런 것도 못 외우고 그냥 믿기만 했다. 

극적으로 예수님을 영접하던 순간, 전도했던 분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감사의 인사가 저절로 나왔다. 이어서 가장 친했던 열성 기독교인 친구와 집안 동서의 얼굴이 떠오르며 그들은 왜 내게 권하지 않았을까,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것 아닐까? 아무려면 내가 바로 한 마리 양이라는 생각이 드는 오늘, 예수님께 회개한다. 너무 오래 속을 썩여 드려서 죄송했노라고. 찾아온 지 40년을 넘겼으니 용서해 주시라고 품을 파고든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