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따뜻한 사랑의 손으로 잡아 줄 때

Google+ LinkedIn Katalk +

요한일서 4:7-8

오래전 나는 거지 생활을 2년 반 남짓 했다. 나의 삶은 가장 밑바닥인 거지 생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거지 생활은 좋은 면도 있고 어려운 면도 참 많다. 부담 없이 얻어먹고, 봄이면 햇볕이 비치는 따뜻한 양지에 앉아서 몸을 녹이고 몸에 생긴 이들을 털어 버리고, 햇빛을 안고 포근하게 낮잠 자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따뜻한 햇볕은 그 무엇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선물이었다.

또 아침 일찍 부둣가나 시장에 가면 아낙네들이 국밥, 국수, 선짓국을 따뜻하게 끓여서 노동자들을 위해서 파는 것을 얻어먹을 수 있었다. 우리 거지 떼가 그들에게 가서 깡통을 내밀고 “한 그릇 주십시오”라고 하면, 어떤 사람은 개시도 안 했는데 거지들이 와서 달라고 한다고 재수 없다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반면에 “얼마나 고생하느냐?”라며 한 그릇을 깡통에 부어 주면서 “이것은 내가 주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것이다. 배고프면 더 주마. 다음에 또 오너라”라고 하는 아낙네도 있었다. 그 말이 참으로 따뜻하였고, 그에게서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느꼈다. 나는 지금도 그들의 사랑을 잊을 수가 없다. 시장이 아닌 개인 집을 다니며 동냥을 하면 뭇국에다가 밥을 말아서 한 그릇씩 안겨 주고, 이것을 먹고 몸을 녹이라며 따뜻한 사랑으로 배를 채워준 것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있다. 추운 겨울밤이 되면 어디 가서 찬바람을 피해서 잘 것인가가 제일 걱정이었다. 시골에 가면 가을에 벼를 벤 후 볏단 쌓아 놓은 곳이 있는데 그곳은 안방처럼 따뜻했다. 어떤 도시에는 여관 아궁이가 있는데, 아궁이에 발을 대고 자면 안방 이상으로 따뜻했다. 거지들끼리 어우러져서 서로 바람을 막아 주면서 추운 밤을 지내면 얼어 죽지 않고 잘 수 있었다. 따뜻한 아궁이 사랑, 거지들끼리의 바람막이 사랑, 나는 지금도 그것이 그립다.

나는 거지 생활을 청산하고 갖가지의 어려움을 겪은 후에 가능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공부를 시작했다. 돈이 없다는 죄 아닌 죄로 참을 수 없는 냉대도 수없이 받았다. 그러나 하나님이 보내 주신 선교사님의 따뜻한 손, 따뜻한 마음, 따뜻한 사랑을 받아서 가장 어려운 시절에 일반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의 손으로 도와주신 곽안전 선교사님의 그 힘으로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한평생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박대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따뜻한 사랑으로 작은 사랑이라도 베풀면, 그것이 큰 힘이 되고 죽을 사람을 살리는 기적이 일어나게 된다. 이 세상에서 사랑처럼 위대하고 큰 것은 없다.

사도 요한은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으로부터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일 4:7-8)라고 말씀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아는 길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며,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형제자매를 사랑할 때 하나님의 사랑이 온전히 이루어지고 심판 날에 하나님 앞에 부끄럼 없이 설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러므로 우리가 따뜻한 사랑의 손으로 다른 사람을 잡아줄 때 하나님 사랑의 위대한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