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의 문학산책] 시로 확인해가는 영생의 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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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파, 조지훈 박두진과의 교류

박목월 시인과 부인 유익순 여사의 생전 모습

박목월은 조지훈(趙芝薰) 박두진(朴斗鎭)과 함께 청록파 3인방으로 한국 시사의 기린아(麒麟兒)들이었다. 박목월은 초기 시에서 민요조의 토속적인 풍류와 토착어를 활용한 향토시인이기도 했다. 그 무렵 시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빚어내는 함축미 등을 살려 주목받았다. 그 후 인생론적 경륜의 시편을 다루고 말년에는 가정의 소중함과 신 앞에 무릎을 꿇어 신앙적 참회의 시적 궤적을 남겼다. 인생의 경륜에 따라 뚜렷이 변모 발전해 온 것이다.

그의 유고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에는 어머니와 연관된 심상에 이어 손이 또 하나의 상징적인 심상(心象)으로 등장한다.

<크고 부드러운 손이/내게로 뻗쳐 온다/~/인간의 종말이/이처럼 충만한 것임을/나는 미처 몰랏다/~/그것은/눈짓의 신호/그것은 부활의 조짐/하얗게 삭은/뼈들이 살아나서/바람과 빛속에서/풀잎처럼 수런거린다.(후략)> (‘크고 부드러운 손’의 부분)

이 시에서 ‘손’은 신의 섭리와 은총 따위의 관념적 속성을 손으로 상징화했다. 인생의 종말에 다가올 신의 은총을 손이 다가온다고 표상한 것이다.

가정(家庭)

지상에는/아홉 켤레의 신발/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알전등이 켜질 무렵을/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십구문반十九文半/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그들 옆에 벗으면/육문삼六文三 코가 납작한/귀염둥아 귀염둥아/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내 얼굴을 보아라/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여기는 지상(地上)/연민(憐憫)한 삶의 길이여/내 신발은 십구문반//

아랫목에 몰린/아홉마리의 강아지야/강아지같은 것들아/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내가 왔다/아버지가 왔다/아니 십구문반의 신발이 왔다/아니 지상에는/아버지란 어설픈 것이/존재한다/미소하는/내 얼굴을 보아라.

우의적(寓意的)으로 가족 구성원에 대한 애정을 곰살갑게 그리고 있다.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식에 대한 무한책임, 무한애정이 가정이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 묶어 놓은 것이다.

박목월의 신앙시들은 일상에서 취하고 있다. 어머니와 어머니의 성경책과 같은 것에서 신앙의 뿌리를 귀납해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낸다. 의식적(儀式的)이고 제례적(祭禮的)인 제사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는 시인의 말년의 은둔자적 모습을 보여준다.  

시인 이지현(국민일보 기자)은 “목월시에서 그리스도적 시적 형상화는 주로 ‘손’ 이미지로 나타난다. 그에게 손과 어머니의 손인 크고 부드러운 손은 자유와 영원으로 인도하는 구원의 손길이었다”고 보았다.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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