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농사짓는 사람들을 위해 지은 농가월령가부터 읽어보자. ①“유월(양력 7월)이라 계하(季夏)되니 소서(7.7) 대서(7.22) 절기로다. 대우(大雨)도 시행(時行)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이 괴니 악마구리(개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내고, 늦은 콩, 팥, 조, 기장은 베기 전에 대우들여, 지력(地力)을 쉬지 말고 극진히 다스리소. 젊은이 하는 일이 기음매기 뿐이로다. 논밭을 갈마들어 삼사차 돌려맬제. 그중에 면화 밭은 인공(人功)이 더 드나니 틈틈이 나물 밭도 복돋아 매어 주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坐次)를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메온 후에 청풍에 취포(醉飽)하니 잠시간 낙이로다.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오조 이삭 청태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일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해진 후에 돌아 올제 노래 끝에 웃음이라. 애애한 저녁에는 산촌에 잠겨있고 월색은 몽롱하여 발길에 비취는구나. 늙은이 하는 일도 바이야 없을 소냐. 이슬아침 외따기와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 곁에 누역치기, 창문 옆에 노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쉬움 북창풍에 잠이 드니 희황씨(羲皇氏) 적 백성이라. 잠 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석양을 재촉한다. 노파의 하는 일은 여러가지 못하여도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워내니 장마의 소일이요 낮잠 자기 잊었도다. 삼복(三伏/초복(7.20), 중복(7.30)은 속절(俗節)이요 유두(流頭/6.30)는 가일(佳日)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가묘(家廟)에 천신(薦新)하고 한때 음식 즐겨보세. 부녀는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드리어라. 유두(流頭)국을 켜느니라.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이 먹여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말고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족족 떠내어라. 비 오면 덮어두고 독전을 정히 하소. 남북촌 합력하여 삼구덩이 하여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고운 삼 길쌈하고 굵은 삼 바 드리소. 농가에 요긴키로 곡식과 같이 치네. 산전(山田) 메밀 먼저 갈고 포전은 나중 갈소.” 농가월령가는 조선 현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월령체(月令體)의 장편 가사이다. 달거리 노래로서 각 달마다 행해지는 농가의 행사와 풍속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내용도 실증적인 태도를 보여줌으로 당대 농가의 삶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②“그대는/오늘도 부재중인가/정오의 햇빛 속에서/공허한 전화벨처럼/매미들이 울고 있다/나는/세상을 등지고/원고지 속으로/망명한다/텅 빈 백색의 거리/모든 문들이/닫혀 있다/인생이 깊어지면/어쩔 수 없이/그리움도 깊어진다/나는/인간이라는 단어를/밤마다 입주시키고/빈혈을 앓으며 쓰러진다/끊임없이 목이 마르다”(7월/이외수) ③“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 새끼 냄새가 난다/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그 태양을 쟁반만큼씩/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그리고 바람/바다가 밀며 오는/소금 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바람에 펄럭이는 절규…”(7월의 편지/박두진) ④“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내가 바라던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청포도/이육사)
김형태 박사
<더드림교회•한남대 14-15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