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운양동 모담산 아래 우람한 흰색 3층건물이 들어섰다. 이름하여 모담도서관이다. 밖에 볼일이 없는 날이면 이곳에서 자주 시간을 보낸다. 여기를 드나들면서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 세상의 소음은 늘어만 가는데 그나마 도서관이 있어 지성의 사회적 균형이 유지되는구나 생각한다.
건물의 규모가 그야말로 장난이 아닌데, 김포시 지자체가 어떻게 몇 백억원이 족히 될 막대한 자금을 확보해서 내 보기로는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비견할 만한 이런 대단한 공공시설을 지었는지 의아스럽다. 10년째 김포시민으로 살고 있으면서 1년에 두차례 자동차세나 나누어 내고 많지 않은 재산세는 서울 다른 구청에다 납부하고 있는 처지여서 고마우면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한강과 서해바다 사이로 길게 뻗은 김포 땅이 꽤나 넓은데 하필이면 내 집 가까운 곳으로 자리잡은 것 또한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1층 로비는 어린이자료실(독서실)과 다목적 강당으로 스페이스를 일부 내 주고 한구석에 열린 카페도 있다. 드넓은 2층과 3층은 각각 일반 생활 각분야의 서적들과 문학ㆍ인문학 도서로 대충 분류해 책들을 모아 진열했다. 벽을 따라서 여유롭게 독서공간이 배열되어 있고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컴퓨터 책상도 다수 마련해 놓았다. 흰 벽에 크고 작게 뚫린 네모난 창으로 모담산의 숲을 바라보며 안팎의 고요함을 음미한다. 아직 서가에 비어 있는 칸이 많은데 어디서 가져오는지 트럭으로 새책, 헌책들이 줄곧 들어오고 있다.
자리를 잡기 전에 서가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책 제목들을 훑어가는데 문득 특별한 느낌이 온다. 참 조용하다. 아, 도서관이기에 여기에는 음악이 없구나. 아래층에서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소리가 전연 없는 것은 아니나 여러 사람이 가득히 앉아있는데도 이렇게 정적이 흐르다니. 도서관의 공간에 어울리는 음악이 혹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들으면 정신을 더 맑게 해 내용이 더 쏘옥 머리에 들어오게 하는 그런 음악을 누가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아마 그런 것은 영원히 나오지 못할 것 같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심오한 정적이 이상하게 느껴지면 이는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도 온갖 소리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정적이 고마운 것도 그런 까닭이다. 우리의 삶은 오래전부터 완전한 정적도 완전한 어둠도 잃어버렸다. 그 옛날 그믐날 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담벼락을 손으로 더듬으며 길을 찾아가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 세상에 모두가 되는 말, 안되는 말들을 떠들어 대는 가운데 우리는 도서관에서 침묵의 가치, 정적의 의미를 소중히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도서관은 타인과 나의 침묵이 조용히 만나 책들이 지닌 진리를 함께 쫓아가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가 된다.
국내 최고 국회도서관을 가진 대한민국 국회가 대대로 최악의 소음을 방출하고 있음은 유감스럽다. 한때 우량국회의원 평가 기준으로 각자의 국회도서관 방문 횟수와 도서 대출 기록을 살펴본 적도 있었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이나 사회에 악한 것이 틈타지 못함은 만고의 진리다. 오늘도 모담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하는 예수를 본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