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된 믿음] 오뉴월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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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이 가득 찼던 오뉴월이 짙은 녹색의 자태로 비가 내린 뒤에는 햇빛에 반짝이고 있다. 그런데 꽃잎들도 향기와 함께 시원한 바람에 날린다. 산길 따라 보는 이들의 마음도 싱싱하고 풍성하다.

이슬비에 맞은 꽃과 열매를 안으로 품어가며 인고(忍苦)의 세월(歲月)을 견디고 참아낸 생명의 실체를 자랑한다.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자유공원 둘레길에는 오뉴월의 짙은 초록빛이 실바람에 실려서 아름답게 일렁거린다. 그 나뭇잎에 따라서 나도 모르게 노래가 터져 나온다. “찬양하라 내 영혼아!”

내가 산을 처음 느껴본 것은 의왕시 모락산이었다. 올라가는 산길이 너무나도 가파르지만, 산봉우리까지 산행하는 친구와 함께 올라가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에 큰 바위가 있어 그곳에 올라가 의왕 및 안양 시내를 내려다보니 가슴이 시원하니 야호 소리가 나오고 내가 좋아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기뻤다.

바위 위에 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서울의 도시가 희미하게 보이며 인천 방향은 산본 방향으로 산이 막혀 산봉우리가 나와 친구들 가슴을 시원하게 받아준다. 산봉우리 바위를 둘러싼 갈참 나무와 침엽수 적송은 곧게 자라매김으로 산길 따라 세워져 있다. 이런 나무들은 광합성 작용을 위해 서로가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나무들의 존재와 자연의 섭리를 깨달으면서 나뭇잎들의 헌신 분투함을 다시 느낀다.

나뭇잎들은 오뉴월 무더운 날씨에 풍화작용을 이겨 가면서 가을이 오면 붉게 물들어 수줍은 양 나무에서 떨어져 나무뿌리로 썩어 들어가니 그 나무들의 영양공급으로 희생하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가 창조주의 뜻을 갈음하는 것이기에 더욱더 감회가 깊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과 얘기하며 다시 걷다가 노랗게 군락을 이룬 꽃을 보고 하는 말들이 90%가 애기똥풀꽃이라고 한다. 또한 초록 풀밭에 누워서 하늘을 향해서 바라본다. 이리저리 제멋대로 시원한 바람이 수도 없이 스쳐간다. 자연의 신비로운 변화를 소박하나마 누리고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매일 매일 쌓인 피로가 오늘 오뉴월을 보내는 데서 풀어지는 듯도 하다.

또한 산길에서의 기도는 감사로 시작해서 감사로 끝난다. 오늘의 산행 오뉴월을 보내면서 나도 모르게 자연의 신비로움을 깨달으면서 감사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 손을 뻗어 그곳에 닿고 싶은 심정이 솟구친다. 자연이야말로 자기를 내어주는 그의 사랑의 향연과 같다. 이제 친구들과 하산을 하려고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계곡마다 푸르름이 가득하고 계곡물이 모여 아래로 졸졸 흘러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내리면 계곡물이 은빛을 이루면서 더욱 찬란하다. 그야말로 옥수계곡을 이룬다.

친구들과 다시 바위에 앉아서 시원하게 하늘을 바라본다. 지나갔던 세월이 구름 타고 가는 듯 어느새 팔구십의 나이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인가. 지난 세월의 슬픔과 고통이 세월로 풍화(風化)되면 마음속 어딘가에 환영(幻影)으로 남는다고 했다. 우리가 환영이 비록 무력할지라도 때로는 가슴속이 시원하게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오뉴월이 가는 이때 앞으로 찬 이슬 맞으면 아름답고 신선한 녹색은 만산홍엽(滿山紅葉)이 되어 땅에서 밀리다가 나무 밑의 흙으로 돌아가리라! 친구들과 하루의 일정을 산행으로 마치며 감사하는 기도를 함께하고 헤어졌다.

최석산 장로

흑석성결교회

수필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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