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암 안과병원을 설립하기까지 (1)
한 소녀의 간증
1981년 12월 실로암 어머니회가 세검정에 있는 연예인교회(현재의 예능교회)에서 주최한 자선 음악회를 통해 시작된 선교 사역은 우리나라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실로암 안과병원이 설립된 동기였다. 연예인교회를 가득 메운 청중들은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과 간증 순서를 통해 감동받고 눈물 바다를 이루었다.
나는 주님께 충심으로 기도했다. “오늘 주님이 주시는 사랑의 권면으로 시각장애인선교를 위한 사랑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축복하소서.” 간절한 기도와 함께 순서마다 가슴을 조이는 듯한 아픔이 나를 곤혹스럽게 했다.
여러 순서 중에 선천성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있다가 네 번에 걸쳐 개안 수술을 받고 빛을 찾은 오경숙 양이 간증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저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날 때부터 시각장애자로 살아왔습니다. 나를 인도해 주신 부모님의 사랑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으나 내 마음은 ‘언제쯤 눈을 떠서 이 세상을 바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저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받으면 눈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이었지요. 드디어 시각장애인선교회가 주선하는 개안 수술을 받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두렵기도 했어요. 개안 수술을 받는다고 하지만 과연 의사 선생님들이 제 눈을 뜨게 해줄 수 있겠는가 하고 의심도 들었지요. 그러나 저는 지금껏 기도하던 대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안대를 하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몇 차례의 치료 과정이 끝난 뒤 서서히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희미하던 세계가 차차 밝아지기 시작했어요. 가슴이 뛰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참아왔던 서러움이 와락 터져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기쁨의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려 내 얼굴을 적셨어요. 오! 주님 감사해요. 내 눈을 뜨게 해주신 주님을 사랑해요!”
오경숙 양은 빛을 찾게 된 뜨거운 감격을 청중들에게 전했다. 그 아름답게 빛나는 맑은 눈동자를 나는 볼 수가 없었지만, 청중들의 박수 갈채와 함께 흘러내린 뜨거운 눈물을 통해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 소녀의 간증이 사랑의 기적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날 자선음악회 장소에는 마침 영락교회 집사인 고려합섬주식회사 장치혁 회장 내외가 참석해 소녀의 간증을 통해 은혜를 받게 되었다. 그 후에 장 회장 내외분은 나와 함께 여러 차례 시각장애인의 실태를 파악한 뒤에 이들을 전적으로 수술할 수 있는 안과병원을 세우기로 마음을 굳혔다. 또한 장 회장께서 동료 실업인들에게 귀한 뜻을 알리면서 협조해 줄 것을 호소하게 되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여기에
드디어 1982년 4월에 개안 수술을 위한 전문 안과병원을 세우는 역사가 기적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장 회장은 한경직 원로목사를 모시고 몇몇 뜻있는 인사들과 함께 안과병원을 세우기로 하고 발기위원회를 발족했다. 장 회장께서는 안과병원 설립을 위해 직접 기금 마련에 전적으로 힘쓰면서 시각장애인이 편하게 왕래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는 일에 온갖 정성을 쏟았다.
여러 곳에 좋은 자리가 있었다. 그 가운데 발기인 중 최창근 장로의 소유인 현재 실로암 안과병원이 위치한 대지 937평을 매입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마터면 장 회장의 뜻과는 달리 심장병 재단으로 바뀌어질 뻔하기도 했다. 이 일로 인해 나는 가슴이 타는 듯했다.
그러나 나는 이 사랑의 기적이 일어난 사실을 구체적으로 증거하기 위해 온 심혈을 기울여 나가기로 굳게 결심했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도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아픔들이 없었다면 더 좋은 위치에 병원을 건립해 실로암은 더욱 발전하고 시각장애인이나 일반환자들에게 교통의 불편함을 덜어 줄 수가 있었을 것이다.
4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에 드디어 1986년 2월, 351평 대지 위에 519평의 지하 1층과 지상 3층 건물을 완공해 기초적인 의료기계를 갖추고 문을 열었다.
주여, 사랑의 기적을 믿습니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로 5천 명을 먹이시던/사랑의 기적이 오늘 이곳에 세워 주신/실로암 안과병원 속에 이루어졌습니다./주님을 사랑하는 가난한 가슴들이 모여/이루어 놓은 놀라운 사실 앞에 우리는 겸손해졌습니다./주께서 이루어 주실 또 하나의 기적이/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육신의 눈을 뜨면서/하늘 나라의 기쁨도 함께 맛볼 수 있는 기적입니다./주님 영광 받으소서.
‘사랑의 기적’ 기도문 중에서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