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파도를 타는 삶, 노을처럼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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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서도 길을 내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며

신앙과 기도로 완성해온 축복된 인생 회고 

인공지능 등 최근 기술 발전 양상을 보면 앞으로의 세상은 기성세대가 살아온 것과는 전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이 살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런 공부를 해라”, “이런 직업을 가져라”는 식으로 코치를 했다가는 자녀들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바로 옆 친구와 경쟁해서 한 발짝 앞에 서면 성공할 것처럼 닦아세워서도 안 된다. 넓은 시야로 주위를 보고, 세상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를 이해해야 자신이 몰입하고 성취하며 일하고 살아나갈 현장을 찾아낼 수 있다. 그동안 신봉해 온 교육도 생활도 가치관도 모두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전환기의 한가운데를 살아나가는 청년들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할 수 있기에 기회만 있다면 그들을 다독여주고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물론 그들을 만나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고 내 의도가 잘 전해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더 많이 산 사람의 입장에서 한 마디 보탤 수 있다면 몇 가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 가진 고민들은 인생의 소중한 징검다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유를 잃지 않고 하나님의 크신 섭리를 믿으며 한 발 한 발 건너다보면 “아, 가장 큰 고비는 이미 지나갔구나”하고 안도하게 될 때가 올 것이다.

또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파도를 타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세상은 늘 거친 바다처럼 요동친다.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높은 파도 아래 무방비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 어설프게 정면으로 도전해서 이기려 하면 파도에 휩쓸려버릴 것이다. 그럴 때는 두려움을 버리고 파도를 타야 한다.

너무 심한 물살일 때는 가만히 견디어 보고,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는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하다 보면 방법과 길이 보인다. 소용돌이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다. 죽을 지경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기만 하면 그 다음은 쉽다. 어느새 능숙하고 강해진 자기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태풍을 지나 보내면, 어느새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모든 과정을 혼자 힘으로만 하기에는 세상이 갈수록 너무 힘들다. 가장 위험한 것이 ‘이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고립되면 자기의 가치가 한없이 작아지고 너무 큰 절망의 바위에 눌리게 된다. 나도 만일 그런 생각을 했다면 인생길이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맞닥뜨린 어려움이 그 누구의 것 못지않게 험하고 막막했지만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울 때마다 그분의 인도하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예수님 믿어서 가장 좋은 일은 그를 의지하며 여유를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여유를 벌 수만 있으면 아무리 어두워도 길을 찾아낼 수 있다.

내게 이런 길을 가르쳐준 것은 할아버지 대에서부터 내려온 신앙의 유산, 그리고 나를 위해 많은 분들이 밤낮없이 해준 기도였다. 그 기도의 힘은 가장 위급할 때마다 내게 생명줄을 던져주곤 했다. 아무 기댈 언덕이 없는 환경에서도 주님을 의지하며, 마치 든든한 아버지를 믿고 활개치는 어린아이처럼 당당하고 기운차게 살아올 수 있었다. “내가 너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겠다”(요 14:18)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은 평생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징표와도 같았다.

얼마 전 성경 말씀 중에 한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사 43:19)

조용히 이 말씀을 묵상하니 많은 생각이 스친다. 그야말로 광야에 길을 내면서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내 앞에 펼쳐질 광야에 새 길을 내겠다고 하신다. 지난 몇 년간도 내가 맡았던 일, 감당한 일들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요즘도 계속 연락이 오고 만나자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니 앞으로도 일이 계속 주어질 모양이다.

이 글을 쓰고 있노라니 몇 년 전 하와이 열방대학 DTS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코나 해변에서 바라보았던 석양이 떠오른다. 어려서부터 수도 없이 노을을 보아왔지만 그처럼 장엄한 광경은 처음이었다. 태양이 바다로 잠겨가면서 구름 모양을 따라 겹겹이 붉은 물결이 퍼져 나갔다. 드넓은 태평양 전체가 새빨갛게 타올랐다. 그 빛깔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저렇게 나이 들게 해주십시오. 제 노년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남김없이 불사른 태양은 바다 밑으로 사라져 갔고 순식간에 어둠이 내렸다. 까만 밤하늘에는 달과 별이 떠올랐다.

석양을 닮는다는 것은 그렇게 곧 떠나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뜻이리라. 그렇게 내 노년을 멋진 노을색으로 칠해갈 수 있기를, 사라지기 전까지 점점 더 황홀한 색으로 더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직 내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하나님이 주시는 사역을 위해서. 

회상해 볼수록 85년을 참 잘 살았다. 열심히 살았고, 결과가 분에 넘치게 좋았다.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손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고, 이리 와 보라고 초청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따라가 보니 좋은 길이었고 축복의 길이었다. 주님께 일찌감치 붙잡혀서 살아온 덕분이었다.

글을 다 정리하고 나서 돌아보니 ‘행복하다’는 말을 참 여러 번 썼다.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쓰고 싶다. 하나님께 쓰임받으며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쓰임받을 것을 기대할 수 있어서 참으로, 참으로 행복하다.

※그동안 ‘행복한 선택  박래창 장로의  인생 이야기’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주 –

박래창 장로

<소망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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