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랑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안개 자욱한 뒷동산에서 소쩍새의 노랫소리가 화음에 맞춰 피곤에 지쳐 잠들었던 농부를 깨운다. 습관처럼 소 외양간에 가서 소와 눈 맞추고 인사를 나눈 뒤, 뒷간에 가서 볼일을 보고 외양간에 돌아와 소를 앞세우고 문밖으로 나가면서 농부의 하루가 시작된다.
봄
봄이면 아지랑이 뒷동산에서부터 피어오르고 만물이 소생하는 새싹들이 움트며 나온다. 나무에는 가지마다 잎 봉오리 내밀고 잔디밭에는 새싹들이 얼굴을 내민다. 뒤뜰 마당가에는 진달래, 개나리, 목련화가 꽃봉오리를 터뜨리면, 참새들 짹짹짹 지저귀며 서두르는 듯 봄맞이를 재촉한다.
농부들은 서둘러 각종 씨앗을 준비하며 우물가에 볍씨를 먼저 담그고 들에는 소를 몰며 밭갈이가 한창이며, 새벽 시간을 이용해 상추, 쑥갓, 아욱 씨는 텃밭에 먼저 파종하고 들녘 밭에는 참깨, 옥수수, 고추, 감자, 참외, 콩 등을 파종해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일손이 바빠진다.
그 와중에서도 밭농사 되는 못자리 논에 물 대고 볍씨를 파종하게 되면 어느덧 여름 날씨가 성큼 다가온다.
여름
나뭇잎의 새싹이 연두색으로 변하면서 막바지 봄의 향기를 물씬 풍기며 온통 산과 들이 푸르름으로 물들면 여름이 시작된다.
농부들은 잠시나마 논 밭둑 쉼터인 나무 밑에서 둘러앉아 시원한 바람과 논두렁 샘물 한 대접을 마시거나 막걸리가 준비되었으면 서로 한 잔씩 마시며 한숨을 돌린다.
무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바람 속에 은은하게 들려오는 쓰르라미 매미 소리가 맴맴… 바람 타고 와서 귓전을 울려대면 어느새 자장가로 변해 피곤함에 잠시나마 낮잠을 자게 된다.
조금 있으면 파리가 얼굴에 앉거나 콧등과 귓전을 왔다 갔다 하면서 간지럼 태우면 무의식중에 손을 들어 사정없이 후려친다.
날쌘 파리는 어느새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다시 잠이 들면 또다시 찾아와 괴롭힌다.
이렇게 거듭되는 동안 잠은 달아나고 파리를 원망하면서 잠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다.
생각하면 파리는 어서 일어나 일하라고 잠을 깨워준 것일지도 모른다.
농부는 고맙게 생각하고 일어나서 또다시 밭고랑에 풀을 뽑고 밭매는 일손이 계속 바빠진다.
최석산 장로
흑석성결교회, 수필가, 사진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