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비가 그친 건가 자신은 없지만 이제 하늘은 맑다. 전국에 큰 비가 내리고 또 내리고 하는 동안 신문, 방송은 각지의 물난리를 전하면서 ‘기상관측이 개시된 이래 일일 최대의 강수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말을 어제도 오늘도 반복했다. 호남지역에 이어 충청 그리고는 영남지역으로 계속 1일 300-400미리의 ‘물폭탄’이 돌아가며 쏟아지니 ‘극한호우’라는 새로운 용어를 미디어가 만들어냈다.
금년의 기온 역시 기상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수준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굳세게 부인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 지구 온난화를 믿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구가 더워지는 만큼 더 많은 수분이 하늘로 오르고 결국 많은 비가 되어 떨어지는 것이다. TV방송의 날씨전문 기자는 기상도에 저기압, 고기압권을 그려가며 기상이변을 설명하려 들지만 원인과 결과는 이처럼 단순하다. 다만 물과 대기가 다양하게 만남으로써 부드러운 가랑비에서부터 몇 메가톤급 위력의 태풍을 동반한 홍수에 이르기까지 위력을 발한다.
큰 비는 어쩔 수 없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는데 첫째로 큰 해를 당하는 사람은 농민들이요 다음으로는 도시의 저지대 주민들이다. 튼튼치 못한 다리가 무너지고 도로가 붕괴되고 자동차들이 물에 떠내려가고 산사태가 집들을 덮친다. 실화나 방화로 큰불이 나서 재난을 겪는 것과는 달리 큰물에 대하여는 개인에게 개별적인 책임을 물을 수가 없고 국가 사회가 전적으로 피해보상을 해주고 신속한 복구에 나서야 한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출발해 직장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출근하고 비 한 방울 안 맞고 하루 일을 마치는 극소수라도 이번 같은 물난리에 나몰라라 하는 마음은 없을 것이다.
물은 아래서 위로 퍼 올리려면 힘이 들지만 가만두면 자연히 아래로 흘러내려가 공평히 퍼진다. 모름지기 물을 보고 배워 억지 부리지 않고 물 흐르듯 곳곳에 빈틈 생기지 않게 살피고 챙기는 것이 치세의 정도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신정부가 들어서고 6월에 이른 장마가 들어 농작물 피해가 늘어 식품가격이 오르는 데 걱정이 쌓이더니 이제 사상초유의 7월 홍수를 맞아 당국자들이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 혼자 생각으로는 정부가 전국민에게 살포하겠다는 최소 15만 원 소비진작 지원금을 보류하고 예산을 한데 모아 수해복구 사업으로 돌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심각한 재난을 만나면 야당쪽 사람들은 이를 기화로 국민의 불만을 부채질하고 정부의 힘을 빼려 시도하는 것이 상례다. 천안함 폭침 사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태원 압사 참극 등 현 집권당의 야당시절에 발생한 대규모 인명손실 사태에 이들이 밀어부친 정치공세를 많은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 이제는 새 야당이 신 정부를 향해 압박을 가할 차례인데 미증유의 자연재해 물난리도 정부를 수세로 몰아갈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정치가 그런 식으로 모든 국가적 고난이 네 탓 공방의 수준에 머문다면 나라의 장래는 없다.
6, 7월의 대홍수는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라를 다스리는 데 무엇이 먼저인가를 알게 하는 교과서로 읽힌다. 다가오는 기후위기는 두렵다. 이 땅에 악이 넘칠 때 하나님이 내리신 벌은 40주야의 큰 물이었다. 언제 모두들 정신차릴 것인가?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