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배롱나무꽃 만개한 병산서원 순례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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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무더위 속 7월의 끝자락 지난 주말에 UNESCO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병산서원에 다녀왔다.

병산서원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교 건축물로서 서애 류성룡 선생과 그의 제자이며 셋째 아들 수암 류진 공을 배향한 서원이다.

이곳은 서애 선생께서 31세 때인 1575년에 풍산 상리에 있던 풍악서당을 이곳으로 옮겨와서 제자들을 가르치던 곳으로 그 후 철종 14년(1863)에 병산서원으로 사액 받았으며,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전국 47개 서원 중 하나이다. 사적 제26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에 등재된 서원이다.

병산서원은 낙동강의 은빛 백사장과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고 병풍을 둘러친 듯한 ‘병산’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할 만큼 빼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누각 건물인 만대루(晩對樓)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은 병산의 자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유생들이 교육을 받던 강당인 입교당에서는 자연과 건축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어 자연 친화적이고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본보기가 되는 곳으로, 우리 민족의 절제된 마음과 자연을 지켜가고자 하는 민족성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건물이 병산서원이다. 병산서원이 이 같은 명성을 얻은 이유는 바로 만대루가 있기 때문이다. 

 맞은편의 깎아지른 절벽인 병산(屛山)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군데군데 늙은 소나무가 서 있는 하얀 모래밭, 그 사이로 느릿느릿 흘러가는 강물, 오랜 세월의 이끼가 그림처럼 묻어 있는 절벽, 그 틈 사이로 어렵사리 뿌리를 내려 애절하기까지 느껴지는 관목들, 그 너머 푸른 하늘. 그 모든 것들을 서원의 앞마당으로 끌어당겨 놓은 듯하다.

석 달 열흘 피고 지고, 지고 피는 나무 백일홍(木百日紅) 꽃, 배롱나무꽃.

사람들이 ‘백일홍나무’라고 자꾸 웅얼거리다 보니, 어느샌가 소리 나는 대로 ‘배롱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조선 선비들은 앞마당에 배롱나무와 향나무를 심어놓고, 꼿꼿한 지조와 강직한 삶을 꿈꿨다. 지금 병산서원 400여 년 수령이나 된 배롱나무 예닐곱 그루가 앞다퉈 붉디붉은 꽃이 피고 있다. 

만고 충신 성삼문(1418∼1456)이 배롱나무꽃을 보고 ‘지난 저녁 꽃 한 송이 떨어지고 / 오늘 아침에 꽃 한 송이 피어 / 서로 100일 동안 바라보니 / 너를 대하여 좋게 한잔하리라(昨夕一花衰 今朝一花開 相看一百日 對爾好銜杯)’고 했다.

꽃은 한 번 피기는 어려워도 지는 건 금방이다. 열흘 가는 꽃은 드물다. 아무리 새 꽃을 피워 올려도 ‘백일 붉은 꽃’이 한계다. 

사람도 저마다 꽃을 피웠다가 진다. 배롱나무꽃처럼 황홀하게 지는 사람이 있다. 봄날 백목련 꽃잎처럼 검버섯 몸으로 땅바닥에 널브러지는 사람이 있다. 무화과처럼 ‘열매 속의 속 꽃’을 피웠다가 담담하게 지는 사람도 있다.

– 김화성, ‘배롱나무꽃 기행’ 중에서

자연과 사람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서원 건축의 백미 한국 최고 고건축물로 명성이 있는 병산서원.

낙동강의 은빛 백사장과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고 병풍을 둘러친 듯한 ‘병산’에 싸인 병산서원은 지방 교육의 일익을 담당해 많은 학자를 배출했으며 지역의 현안에 적극적으로 뜻을 모으고 조정했다.

한국의 성리학의 전통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2019년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병산서원을 포함한 9개 서원이 ‘한국의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병산서원 진입로는 구간 정비를 완공했다지만 여전히 위험한 비포장도로가 남아있어 ‘세계유산의 길’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하다.

돌아오는 길에 인근 조선 후기 정자로 보물로 지정된 체화정(棣華亭)에는 배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정자 앞 연못에도 제철 만난 연꽃도 활짝 피어 지나는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름의 절정 한낮의 무더위 속 땀 흘려 다녀온 찜질방 수준의 길 위였지만 힐링의 하루 순례길 여정이었다.

조상인 장로

<안동 지내교회, 고암경제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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