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앙의 미래, 기독교학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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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자연스럽게 물려지는 것이 아니다. 의도적이고 일관된 교육과 돌봄, 그리고 공동체의 연합을 통해 다음세대에게 전수되는 ‘은혜의 유산’이다. 이 유산은 가정에서 시작되고 교회에서 자라나며 학교를 통해 삶의 가치로 뿌리내린다. 그러나 지금, 그 흐름이 멈추려 하고 있다.

오늘날 기독교학교는 중대한 위기 앞에 서 있다. 세속화와 탈종교화의 흐름 속에서 신앙의 언어는 점점 학교 현장에서 사라져가고 있고, ‘기독교’라는 이름을 지닌 학교조차도 정체성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과거처럼 복음을 따라 교사를 세우고 예배와 말씀 중심의 교육을 지속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흐름이 단지 몇몇 제도나 정책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잡은 ‘종교 중립’이라는 이름의 신앙 기피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신앙은 사적 영역으로 밀려났고, 공교육의 한복판에서조차 종교는 배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기독교학교는 단순한 ‘사학’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역사이자 신앙교육의 최전선이며 복음이 삶의 전 영역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사명의 장이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워진 교회들이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칠판을 들고 학교를 세웠고 거기서 수많은 믿음의 인물들이 자라났다. 기독교학교는 한국교회와 이 땅의 미래를 함께 짊어졌던 든든한 동역자였다. 이제 그 동역의 끈이 약해지고 있다. 많은 교회들이 지역의 기독교학교와의 연결을 잃었고, 기독교학교들 역시 재정난과 구조적 위기 속에서 교회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목회 현장에서 기독교학교를 위한 기도가 줄고 다음세대의 신앙교육은 ‘교회학교’에만 의존한 채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교회와 기독교학교는 독립된 기관이지만,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믿음 공동체다. 교회는 말씀을 선포하고, 기독교학교는 그 말씀을 실천 가능한 삶의 가치로 녹여내는 공간이다. 그러므로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다시 기독교학교를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제도적 위기 앞에 홀로 선 기독교학교들이 다시 교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 교회는 기도와 재정, 인적 자원을 통해 기독교학교의 동역자가 되어야 하며 교회 안의 청년들과 성도들이 기독교학교에서 교사로, 교목으로, 동역자로 서도록 격려하고 파송해야 한다.

신앙의 자유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권리이자 다음세대를 위한 선물이다. 이 자유를 잃는다는 것은 단지 교육의 문제만이 아니다. 곧 우리의 믿음이 공적 영역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는 뜻이며, 그것은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통로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기독교학교는 단지 ‘학교’가 아니라 신앙의 미래를 지키는 전초기지다. 오늘 우리가 기독교학교를 지키는 일에 침묵한다면 내일 우리 자녀들이 믿음으로 배우고 자라날 터전은 사라질지 모른다. 이 사명을 위해 교회가 연합하고 총회가 방향을 제시하며 성도들이 동참할 때, 우리는 다시 신앙의 유산을 지켜낼 수 있다. 지금은 교회가 다시 교육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주권을 선포할 때이며, 다음세대를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세우기 위한 연대의 기도를 시작할 때다.

믿음은 말로만 전수되지 않는다. 그것은 함께 싸우고 함께 세워야 할 실제의 터전 위에서 자란다. 그 터전이 바로 기독교학교이다. 그 유산을 지키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감당해야 할 거룩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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