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칠칠절(맥추절), 초막절(수장절/추수감사절)과 함께 유월절(逾越節/Passover/애굽에서 해방된 날)을 3대 절기로 지킨다. 아빕월(태양절로 3-4월 경) 13일 저녁에 지킨다. 이스라엘이 430년 동안 노예로 살던 애굽에서 구원되어 출애굽한 해방의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넘어가다’(passover), ‘지나가다’는 뜻으로 죽음의 사자가 애굽의 장자(長子)들을 죽일 때 어린양(출12:3)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이스라엘 백성의 집은 무사 통과한 데서 유래된 절기다. 현대 유대인들의 유월절 예식을 알아보자. 유대인들은 아빕월 13일 저녁부터 사실상 유월절 절기 행사를 준비한다. 이날 저녁 등불을 켜면서 집안의 모든 누룩(효소)을 제거한다. 그리고 다음 날인 14일 저녁에는 유월절 식사를 한다. 이때 예식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모든 사람에게 포도주잔을 돌리고 만찬 집례자(주로 그 집의 가장이 맡는다)가 축복한 후 포도주를 마신다. ②손을 씻고 기도한 후 차로셋(charoseth)과 무교병(효소 없이 만든 빵)과 쓴나물 및 어린 양고기의 의미를 설명한다. 차로셋은 포도주에 무화과, 아몬드, 대추, 건포도 열매와 향신료를 섞어 만든 크림인데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진흙을 반죽해 벽돌을 만들던 고통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만찬 음식들을 분배한 후 다시 잔을 채운 뒤 두 번째 포도주를 마시며 감사한다. ③할렐(하나님을 찬미하는 시편 113-114편)을 부르고 나서 분배된 유월절 음식들을 나누어 먹는다. ④다시 세 번째 포도주를 나누어 마신다. 한편 식사 때에는 식사용 침상에 비스듬히 기대어 먹었는데 이런 습관은 이제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임을 나타내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 한다. ⑤네 번째 포도주를 마신 후 할렐(시115-116편)을 찬양하면서 유월절 만찬을 끝낸다. 유대인들은 시대가 변해도 옛날 신앙적 습관(절기)을 그대로 지켜오는 특징이 있다. 그렇게 함으로 옛날 조상들과 현대 후손들이 일체감을 확인하고 역사적 동질감을 지켜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제 침략 기간 수탈당하고 희생당한 고난을 다시 재현해 조상들의 수난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고 기억해야 하는데 좋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교회들 중에도 앞의 강단에 교단기와 태극기를 게시해 놓고 국경일에는 예배 끝부분에 가서 애국가나 국경일 노래를 함께 부르는 교회들이 있다. 신앙은 국적이 없으나 신앙인은 국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나라 시민으로 하나님께 충성, 효도하는 것과 함께 지상의 국가에서도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하는 이중국적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는 교회 생활 못지않게 국가 생활에서도 충성하고 애국애족하며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되는 것이다. 광복절(光復節)의 의미가 중요한 이유다. ‘광복’의 뜻은 ‘잃었던 국권을 다시 찾았다.’는 것이요, 한자로 ‘光復’은 빛을 되찾았다는 뜻이다. 국가적으로는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를 얻은 날이요, 신앙적인 광복은 빛이신 하나님께로 돌아가 하나님 백성으로의 신분을 회복했다는 뜻이다. 어두움(지옥/죽음)에서 기이한 빛으로 불러내어 단번에 새로운 생명으로 바꾸어 주셨다는 뜻이다(벧전2:9-10). 남북한으로 나뉘어 있고 국내에서도 여야 간, 진영 간, 세대 간, 지역 간, 노사 간 대립해 국민 총화가 아쉬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자유와 해방을 경험해야 할 상황에 있음을 기억해야 되겠다(요8:36, 롬8:2, 고후3:17). 구원과 해방과 자유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들이다. 출애굽 사건은 노예였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육체적 해방뿐 아니라 정신적, 영적, 사회적 해방이기도 했다. 우리는 하나님 나라의 국민이다. 이제 우리의 신분은 택함받은 족속/왕 같은 제사장/거룩한 나라/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이다. 이런 자아정체감을 확인하고 처신해야 되겠다. 더 이상 어떤 이념이나 권력에 의해 종노릇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또 하나님의 나라에 살고 있다. 이 땅의 시민권과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을 함께 갖고 있다. 살아있는 동안 대한민국 국민이고 죽은 뒤에는 천국 국민이다. 매우 중요한 존재의식을 갖고 세상 권력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최근에 무도한 여러 정치적 현실 앞에 무력감에 빠지고 체념과 자포자기를 느끼는 일을 빨리 극복해야 되겠다. 의(義)의 최후 승리를 믿고 살아야 되겠다. 바른 소리도 내고 잘못에 대해 지적도 하고 비판도 하며 대안도 제시해야 되겠다. 주권 행사는 엄중한 것이다(출19:5-6). 우리 기독교인들은 제사장으로서, 왕으로서, 선지자(예언자)로서의 3중적 사명에 더욱 충실히 봉사해야 되겠다.
김형태 박사
<더드림교회•한남대 14-15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