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으로 살아있다]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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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1월, 대통령 해외 순방 및 APEC 정상회담 취재에서 돌아온 후 며칠 동안 온몸이 갈기갈기 해체된 느낌이었다. 힘이 모이지 않고 분산되었다. 안색은 샛노랗다. 먹은 것이 소화가 안 되고 팽만감으로 속이 거북스러웠다. 소변이 줄어들었다. 가스 제거제를 복용했으나 더부룩하긴 매한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하려는데 구두가 맞지 않았다. 발이 푸등푸등 부어올랐다. 불길한 예감이 솟구쳤으나 이내 방정맞은 생각이라면서 내쳐버렸다. 신을 접어 신고 회사를 향했다. 

퇴근 후에는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다. 이튿날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갔다. 내키지 않은 발걸음이었다. ‘즉시 입원’ 지시가 떨어졌다. 정밀검사 3주 후, 결과는 청천벽력이었다. ‘간경변 말기’였다. 

인생의 갈림길 앞에 선 순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순응하기를 거부했다. 뜬금없이 날아든 비보에 선뜻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럴 리가 없다! 오진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예전처럼 똑같이 가던 길을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강청해 퇴원한 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니 그러기를 바라면서 근무를 했다. 그러나 나는 한 치 한 치 무너져 가고 있었다. 몸이 마음을 이기지 못했다. 청와대 출입 기자 이름을 내려놓고 조금 일이 가벼운 경제부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경제부 외근이 버거운 날이 왔다. 다시 외근 업무를 내려놓고 내근 부서로 옮겨갔다. 편집을 맡았다. 편집도 버거운 날이 왔다. 편집부서에서 국제부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국제부도 버거운 날이 왔다.

사직서를 제출해야 했다. 마지막 날이 오고 말았다. 거짓말이길 바랐다. 꿈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고난은 하나님을 버릴 좋은 기회이자, 또한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는 좋은 통로이기도 하다. 고난은 내게 선택을 요구했다. 하나님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께 매달릴 것인가? 선택은 자유였다. 그러나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나중에 죽음의 문앞에 서보고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김은진 목사

•홀여성선교회 회장

•마곡성은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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