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나의 일생] AI가 작성해준 기도문, 진정한 기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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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포럼’의 금년 가을 주제는 “AI, 너에게 교회의 미래를 묻는다”이다. 지금 세상은 마치 빅뱅을 맞은 것처럼 빛의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미래 교회, 아니 오늘의 교회는 AI를 목회와 선교의 빛으로 맞을 것인가, 아니면 그림자로 남게 될 것인가를 두 눈 크게 뜨고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지난달 ‘나부터포럼’은 차의과학대학교 구요한 교수를 모시고 AI 오리엔테이션 세미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 구 교수는 한국교회에 열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그 첫 번째 질문이 바로 “AI가 작성해준 기도문, 진정한 기도일까?”였다. 이미 CBS에서도 이 열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특집 방송을 시작한 듯하다.

문명사적 대전환기마다 교회는 새로운 문명을 어떻게, 어디까지, 얼마나 신속히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물어왔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디지털 AI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AI 과학 문명을 두려움으로만 밀어낸다면, 다음세대는 교회를 청학동 사람을 바라보듯 갓 쓰고 상투 튼 낯선 집단으로 여길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우리의 영성 생활, 심지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까지 AI에게 내어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신앙 생활은 곧 예배 생활, 기도 생활이라고 할 만큼 기도는 영성의 핵심이다. 기도는 피조물 가운데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권으로, 창조주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요 인격적 교통이다. 그중에서도 공적 예배에서의 대표 기도는 한 개인이 공동체 전체를 대표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이다. 이는 기도자의 사사로운 바람이 아니라, 공동체가 당면한 영적 문제와 그날의 예배를 통해 하나님께 드릴 영광과 감사, 회개와 간구, 교회의 성장과 선교를 위한 기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도문을 AI에게 프롬프트해 작성된 글로 대신해도 좋은가 하는 문제는 지금 우리 시대가 반드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질문일 것이다.

기도의 진정성은 완벽한 문장의 아름다움에 있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 성도의 진실한 마음에 있다. 서울여자대학교 김명주 교수가 “AI는 양심이 없다”고 역설했듯 AI에는 영성이 없다. 따라서 AI가 작성한 기도문 그 자체가 곧 기도가 될 수는 없다. AI가 단지 입력된 명령을 따라 최적의 문장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그 안에 하나님의 임재나 신앙적 감정이 담기는 것은 아니다. 만일 대표 기도자가 하나님 앞에 드릴 준비의 시간이나 마음을 아끼려 AI에게 기도문을 의탁한다면 이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멋진 기도문으로 자기 과시를 하고자 한다면 그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AI는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야만 하는가? 기도의 진정성을 둘러싼 문제를 단순히 흑백논리로 나눌 수는 없다. 관건은 AI를 도구로 볼 것이냐, 대체자로 볼 것이냐에 있다. 단순한 편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더 깊은 기도를 돕는 촉진자로 삼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AI가 작성한 기도문 가운데 기도자가 인격적으로 동의하고 자신의 고백과 진정한 마음을 담아 활용한다면 나무랄 일은 아니다. 디지털 AI는 시대적, 목회적, 선교적 도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의 산물임을 인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예배에서 기도를 맡은 이는 설교자가 설교를 준비하듯 기도를 기도로 준비해야 한다. AI가 아니라 사람이 직접 작성한 기도문일지라도 의무감이나 습관적 형식으로 드린다면 그것은 온전한 기도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AI가 만들어낸 흠잡을 데 없는 문장이 아니라 하나님께 드리는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준비한 기도이다. 다만 시대에 걸맞게 AI에게 설교 본문, 예배 주제, 교회의 행사나 알림, 성도들의 형편 등을 입력해 작성된 기도문을 참고해 기도자가 자신의 고백과 진심을 담아 드린다면 오히려 더 아름다운 기도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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