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아이돌 연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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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K-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연일 세계적인 기록을 세우며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신문과 방송들이 앞다투어 감독과 제작자들을 인터뷰하는 가운데, 주제가 『골든』을 작곡하고 직접 부른 이재라는 작곡자의 특별한 경력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재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가서 성장했는데 연예기획사 SM에서 아이돌 연습생이 된다. 그러나 9년의 연습생 생활 끝에 탈락하는 좌절을 경험한 후, 새로운 경력을 쌓으면서 영화 제작에 참여해 결국 영화 속 가상 아이돌그룹의 리드보컬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좌절과 성공 스토리가 자신의 삶과 같다고 털어놓을 만큼 그야말로 극심한 좌절 끝에 얻은 영광이다. 아이돌로 성공하기 얼마나 힘들기에 이렇게 재능 있는데도 9년씩이나 연습생으로 머물러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게다가 이재가 유명 영화배우 신영균의 손녀라고 하니 더욱 그렇다. 

 아이돌 지망생들은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준비해서 연습생을 거쳐 20대 초반에 데뷔하게 된다고 한다. 유명 기획사 연습생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학원에 등록해서 공부한 다음, 오디션을 거치는데 그 경쟁률이 보통 수천 대 일을 넘는다. 이 엄청난 오디션 경쟁을 뚫고 연습생이 되고 나서도 학교 공부도 중단하고 수년간 하루 종일 연습에 몰입하는데 그 안에서의 경쟁은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고통스럽고 지옥훈련과 같은 연습생 생활을 버텨내기도 어렵지만 이재와 같이 상당수는 데뷔도 못 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데뷔하더라도 여전히 험난한 앞길이 펼쳐진다. 매년 50여 개 그룹이 쏟아져 나오지만, 대부분은 무명으로 수명이 다하는 경우가 흔하다. BTS나 블랙핑크 같은 성공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사실 아이돌뿐 아니라 모든 예체능 분야에서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두 임윤찬이나 손흥민, 박세리와 같은 우상을 보고 입문하지만, 그런 스타는 극소수이고 무명으로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공부가 오히려 쉬웠다는 말이 회자하기도 한다. 공부는 열심히 하면 하는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이나 변호사, 의사와 같은, 존경받고 안정된 직장의 문은 예체능의 성공에 비하면 비교적 넓다. 그래서 3~4세부터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에서 시작해 대학입시까지 험난하고 치열한 경쟁이 어린 학생들을 기다린다. 

한국의 입시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대치동 학원가를 보여주는 외국인 대상 관광투어도 있다고 한다. 이 불합리하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학부모의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래와 춤이 좋아서 이런 극심한 경쟁을 스스로 선택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돌 연습생의 생활을 취재한 어느 다큐 프로그램에서, 중도 탈락한 연습생에게 다시 태어나도 또 도전하겠느냐는 질문에, “실패하면 어떤가, 그러면서 배우는 거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라고 대답하는 학생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런데 이런 극한 경쟁에 기꺼이 뛰어드는 교육열이야말로 우리나라의 기적과 같은 경제적 번영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K-팝으로 시작된 세계적 문화강국으로까지 발돋움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음을 생각하면 경쟁을 무조건 거부할 수도 없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으면서 선의의 경쟁으로 서로 협력하는 인간다운 공동체를 동시에 추구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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