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부르심 앞에 선 사람
세상은 언제나 위대한 인물들의 이름을 기록합니다. 왕, 장군, 학자, 정치가 등. 그러나 역사의 진짜 변화를 만든 사람은 종종 무명에 가려져 있습니다. 오늘 주목하려는 인물의 이름은 니노(Nino). 조지아(그루지야) 사람들은 그녀를 “조지아의 조명자”라고 부릅니다. 니노는 4세기 초 로마-시리아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로마 제국의 장군, 어머니는 예루살렘 총대주교의 여동생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성경과 기도 안에 있었고 복음서의 말씀, 특별히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에 깊이 감동받으며 자랐습니다. 태생적으로 명예로운 집안이었지만, 그녀의 인생을 빛나게 한 것은 가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이었습니다. 어느 날 꿈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니노야, 저 북쪽 끝, 어둠에 묶여 있는 땅 조지아로 가라. 그 땅을 나의 나라로 삼으리라. 내가 너를 보내노라.” 그녀는 망설였습니다. “하나님, 저는 여자입니다. 혼자입니다.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그때 하나님은 포도나무 가지로 만든 작은 십자가를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이 십자가가 나의 증거다. 너는 가라.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성경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우리를 위하여 갈꼬 하시니 그때에 내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 6:8)
니노의 헌신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말씀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나아가는 모든 사명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니노의 삶은 이 말씀을 몸으로 살아낸 순종의 여정이었습니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위대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결단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니노의 위대함은 조건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단과 순종이 그녀를 역사의 중심으로 세웠습니다.
이름 없는 삶, 그러나 빛나는 복음
니노가 조지아에 도착했을 때, 그녀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방인, 여인, 낯선 종교 전파자라는 이유로 철저히 거부당했습니다. 당시 조지아는 조로아스터교가 깊이 뿌리내린 땅이었습니다. 태양 숭배, 불 제단, 주술이 일상화된 사회였고 기독교는 ‘미친 자들의 사상’으로 조롱받았습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은 ‘말’이 아니라 ‘삶’이었습니다. 병든 자를 씻기고, 굶주린 아이에게 빵을 나누고, 마을 여인들과 함께 땀 흘리며 농사를 지으며, 새벽마다 십자가를 들고 기도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조차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나는 십자가를 들고 온, 예수의 여종일 뿐입니다.” 오늘날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잃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은 우리의 설교보다 삶을 보고, 말보다 행동을 듣습니다. 니노는 그 점을 정확히 보여준 인물입니다.
왕과 왕비의 눈물, 나라의 회심
당시 조지아의 왕 미리안과 왕비 나나는 열렬한 조로아스터 신봉자였습니다. 기독교 전파자는 처벌 대상이었지요. 그러나 하나님의 섭리는 예상치 못한 길에서 열립니다. 왕비 나나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고통 가운데 있었습니다. 모든 신관과 의사들이 나섰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절망 가운데 있을 때, ‘마을 아래 병자를 고친다는 여인이 있다’는 말을 듣습니다. 왕은 니노를 불러들였습니다. 그녀는 담대히 말했습니다. “내 능력이 아니라,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나으실 것입니다.”그녀가 십자가를 들고 기도하자, 왕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예수를 영접했습니다. 그러나 왕 미리안은 여전히 냉소적이었습니다. “내 아내는 감정에 휩쓸린 것이다. 정치적으로 아주 위험하다.” 하지만 하나님은 왕을 직접 만나 주셨습니다. 어느 날, 사냥을 나갔던 미리안은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숲 속 어둠에 갇혀 절망한 그는 무릎을 꿇고 부르짖었습니다. “예수여, 니노의 하나님이여, 나를 고쳐주소서!”그 순간 그의 눈에 빛이 임했습니다. 시야가 열리고 그는 고백했습니다. “나는 태양의 신을 버리고, 참 빛이신 예수를 따르겠습니다!” 왕의 회심은 단순한 개인 사건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뒤바꾼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AD 337년, 조지아는 세계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선포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가.”(롬 10:15)
신앙의 계승과 순교의 피
조지아의 신앙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1226년 트빌리시에서는 셀주크 군주 잘랄 앗딘이 침략해 기독교를 버리고 이슬람으로 개종하라고 강요했습니다. 시민 10만여 명이 거부하다가 쿠라강변에서 순교했습니다. 강물은 붉게 물들었습니다.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히 11:38) 조지아 교회는 외부의 칼날에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도 그리스도를 향한 순전한 믿음을 철저히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순교의 피는 교회를 굳건하게 세우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니노는 포도나무 십자가 하나만 들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한 나라를 하나님께 바쳤습니다. 오늘 우리 손에는 무엇이 들려 있습니까? 세상의 자랑입니까? 아니면 십자가입니까? 오늘 우리는 빛을 받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다시 부르심을 듣습니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사 60:1) 그리스도 안에서 승리한 자로, 믿음을 계승하는 자로, 복음을 전하는 자로 우리 모두가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포도나무 십자가 하나를 들고 기적을 이룬 니노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 “예”라고 대답한 한 여인이었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그와 같은 한 사람을 찾으십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그 대답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김인해 목사
<목포 호산나교회, 한일장신대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