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번 벼르던 일을 오늘 드디어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교회의 같은 부서에 속해서 가까이 지내던 권사님이 요양병원에 가신 지 해가 바뀌었는데 찾아뵙지 못했던 숙제를 푼 날이다. 모처럼 날을 잡아서 시간 되는 분만 참여하도록 공지했다. 그런데 갑자기 폭우로 만나기로 한 전철역에 전철이 갈 수 없이 되었다. 애를 태우면서 기다렸는데 다행히 하루 전에 개통되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사정을 헤아려 주셨다는 생각에 감사드리며 집을 나섰다.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바꿔타고 10정거장쯤 가니 병원 앞에 도착했다. 공기가 좋고 주위가 아주 외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번잡하지도 않아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병실에 들어서니 권사님이 반겨 맞으며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도 애써 눈물을 참으며 기도했다. 3인실인데 우리 권사님만 걷고 다닐 수 있지 모두 누워만 있는 중환자들이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권사님은 코로나 후유증으로 폐 섬유화가 천천히 진행중이시다. 호흡이 힘들어 멀쩡한 다리임에도 자유롭게 걸어 다니실 수가 없는 것이다. 호흡 보조 장치 때문이다. 가끔씩 뺏다 껴도 될 정도로 아직은 크게 불편하지는 않은 상태인 것 같다. 미혼이면서 조카들을 다 길러주신 분이라 그들이 잘 섬기고 있다. 교회 학교 교사로 오래 봉사하셔서 그때의 제자와 같은 부서에서 봉사하셨다.
우리는 조용히 기도하고 소곤거리며 담소를 이어갔다. 병원이 규모가 작아서 면회실 같은 곳이 마땅히 없는 것 같았다. 너무 늦게 온 데 대한 죄송함을 한바탕 풀어놓고 하나님 은혜에 감사했다. 권사님은 무료한 시간을 달래려고 수세미를 계속 떴노라며 귀여운 아기 모자 모양과 베레모 모양과 여러 가지 작품을 손에 들려 주셨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그런 모양들을 고안해서 떴다고 하신다. 뜨개실은 조카들이 계속 사서 나른다고 하셨다.
성도의 교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감하는 순간이다. 심방하기 힘쓰라시는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는 순간이기도 하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찾아뵙지 못해 죄스럽던 마음이 스르르 풀려나갔다. 어서 빨리 좋아지시기만 하나님께 기도드릴 일이다. 주님께 맡깁니다. 아멘!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