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의 문학산책] 생명의 언어, 죽음의 언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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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내 생의 운명은? ②

작곡가 베토벤은 고질적인 병마에 시달리며 일찍이 유언장을 남겼었다.

 

오! 너희들은 나를 적의에 차고 사람들을 혐오하는 고집쟁이로 여기고 또 쉽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그른 일인지 모르고 있다. 겉으로 그렇게 보이게 된 원인을 너희들은 모를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가슴 속에 따뜻한 마음과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뿐이랴? 가치 있고 위대한 일을 성취하려는 갈망 또한 끊임없이 불태워 왔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거라. 6년이 넘는 동안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는 나는 분별없는 의사들 때문에 더 이상 완치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고독하게 살 수밖에 없었다. ………신이여, 당신이 내 마음이 인류에 대한 사랑과 선을 행하려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아실 것이오. 잘 있거라. 그리고 서로 사랑하라. “죽음이 언제 오든 나는 기꺼이, 기꺼이 맞을 것이다. “그러면 끝없는 고뇌에서 해방될 수 있을 테니까. 죽음이여, 언제든 오라. 나는 당당하게 네 앞으로가 너를 맞으리라.

하일리겐슈타트, 1802년 10월 6일, 루트비히 판 베토벤

요양차 가 있던 시골 하일리겐슈타트에서 동생들에게 유언장을 썼고, 그 나흘 뒤에 추가하는 몇 마디를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것으로 너희들과 이별이다. 이를 데 없이 슬프다. 지금까지 품고 있던 한 가닥의 희망, 어느 정도 회복하리라는 희망도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가을 잎이 나무에서 떨어져 시들듯 모든 희망은 퇴색해 간다. 이승에 태어났을 때와 마찬가지 모습으로 이제는 떠난다. 시원한 여름날… 나에게 샘솟던 용기도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오오, 신이여, 단 하루라도 나에게 순수한 환희를 맛보게 해주오. 참다운 환희가 내 가슴 깊이 울리던 때 그 얼마나 오래인가. 오오, 언제 또다시 자연과 인간의 전당에서 그 순수한 기쁨을 맛볼 수 있단 말인가? 결코 그럴 수는 없단 말인가? 오오… 그것은 너무나 잔혹하다.

(김홍식의 <세상의 모든 지식>에서)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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