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의 문학산책] 생명의 언어, 죽음의 언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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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유언장 ①

베토벤은 이 유언장을 써 놓은 지 25년 후인 1827년에 사망했다. 살아있으면서 죽음을, 머지않은 날에 문득 마주하게 될 죽음을 두고 혈육 간의 애증과 자신의 천재성에의 연민 따위의 인간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유언장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 했던가. 그가 다 하지 못할 천재성에 대한 아쉬움에서 그의 천부적인 예술혼을 짐작해 본다. 지금 그의 유언장의 내용을 읽으며 크게 공명하는 것은 고귀한 예술혼의 발현이다. 가까이 다가온 죽음에 반해, 예술작품을 보다 많이 성취하고 싶은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자신이 직면한 운명에 순응한 합리적인 이성주의자가 아닌가. 그런 긍정적인 이상이 말년에 작곡한 교향곡 제9번을 탄생시킬 수 있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베토벤이 자기 죽음과의 의연한 대결 자세가 유언장을 통해 알려졌다면, 그보다 300여 년 앞서 남편의 죽음을 애도한 편지글이 안동에서 발굴되어 세계적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1998년 안동시 정상동 택지 개발 현장에서 발굴한 미라와 각종 유품이 450여 년 전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여기 두 무덤에서 발굴한 부장품 중엔 일찍 세상을 떠난 지아비에게 부친 편지글이 읽는 이의 심금을 울려준다. 이 편지글의 앞부분을 옮겨본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함께 발굴된 부장품 중에는 미망인이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남편에게 신기려고 짠 미투리와 옷가지, 고인의 형이 쓴 한시 따위가 나왔다. 이는 고고학적 장의(葬儀) 문화를 통해 그 시대 우리 선조들의 문화적 유산을 지금에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별한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글에서 지아비에 대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어찌 그리 애절하고 절절한지 이를 읽는 제삼자의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우리는, 심청이 죽음으로써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했다는 설화를 갖고 있다. 이 편지글은 지아비에게 바친 사랑과 존경의 마음이 사랑과 믿음의 종교가 된 것이 아닌가. 사실로써 훌륭한 기록문학이요 전기(傳記)문학이 되었다.

 앞에 예시한 두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글의 솔직하고 진정(眞情)함에 감복하게 된다. 솔직하고 진정함이란 생각 곧 언어의 꾸밈없는 표상에서 오는 것이다.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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