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하시는 일이지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 어린아이들도 헤어스타일에 얼마나 민감한지, 한 아이가 뉴질랜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와서는 크게 상심해 있었다. 이러다 이 아이가 우울증 걸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결국 나는 직접 아이들 머리를 손질해 주기로 했다. 바리캉이라는 이발기로 한 명 한 명 해주다 보니 나중에는 요령과 기술이 생겨 5분에 한 명씩 해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달랐다. 남자아이들은 이발기로 밀면 되지만 여자아이들은 아니었다. 게다가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멋과 스타일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어려웠다.
하루는 한 여자아이가 와서 귀밑 5센티미터로 잘라 달라고 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밑 10센티미터를 기준으로 머리카락을 잘라 나갔다. 그런데 나중에 아이의 머리를 보니 어느새 귀밑 5센티미터가 되어 있었다. 그 아이의 머리를 자르는 내내 얼마나 진땀을 흘리며 노심초사했는지 모른다.
초등학생 프로그램은 이렇게 작은 일부터 신경 쓸 것이 많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기며 공부시키려니 일을 진행하는 것이 너무 힘에 부쳤다. 그런데 6개월의 과정이 끝날 무렵 부모님들로부터 2단계 영어 과정을 만들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받게 되었고, 결국 7년간 초등학생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약 700명의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영어 연수를 마쳤다. 뉴질랜드 교육부와 현지 언론은 우리의 교육 과정을 가장 성공적인 영어 연수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어느 학부모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쳤기에 이렇게 변화되었냐며 신기해했다. 집에 돌아간 초등학생 아이가 말끝마다 “주님의 은혜이지요”, “주님이 하시는 일이지요” 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믿음 안에서 성장했고, 또 믿지 않는 가정은 아이들을 통해서 하나님 앞으로 나오는 역사가 일어났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 또한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믿음으로 서 있는 이 은혜에 들어감을 얻었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하느니라” (롬 5:1-2)
그때 뉴질랜드에서 공부했던 초등학생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되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는 한다. 그 모든 일이 가능했던 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 능력과 은혜를 구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함께하셨기에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들을 지혜롭고 넉넉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환경에서 초등학생같이 작은 자들을 섬기는 데 충성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마 25:40)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