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을 왜 이제 보여줘?”
취업 비자로 아들의 학비를 감면받기 위해서는 아들의 비자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하나님은 아들의 학생 비자를 받을 때도 놀라운 은혜로 다스리셨다.
당시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유학생이라 1년 학비가 5천 불이었다. 내 학비도 3천 불인데 초등학생 학비가 한국 돈으로 400만 원이나 되니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학비를 내지 않으면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없고 그러면 학생 비자도 받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교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분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아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교장 선생님은 비자 문제는 이민성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고맙게도 ‘이 학생이 우리 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주었다.
학비도 지불하지 않고 어떻게 비자를 받나, 반신반의하며 아내와 나는 이민성에 갔다. 우리 서류를 찬찬히 살펴보던 이민관이 학비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나는 교장 선생님의 편지를 보여 주면서 우리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이민관이 1년 학생 비자를 내주는 것이 아닌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의 나라에서 학비도 내지 않고 학생 비자를 받다니! 너무 기뻐서 그 길로 학교에 갔다. 교장 선생님은 잘 되었다면서 비자를 받아 왔으니 그냥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렇게 1년은 무사히 잘 넘어갔다.
1년 후, 아들의 학생 비자가 만료될 즈음 다시 교장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랬더니 감사하게도 아들 이름으로 낸 기부금 100불(일반적으로 뉴질랜드 학생들의 부모가 학교에 기부하는 금액)에 대한 영수증을 첨부해서 1년 전과 동일한 편지를 써주었다.
이민성에 가서 내 학생 비자 서류와 아들의 서류를 함께 넣었더니 역시 학비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나는 영수증은 없지만 “교장 선생님이 써준 편지가 있다. 비자를 먼저 받아 오라고 했다”고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런데 설명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 이민관은 우리가 준비해 온 서류를 집어던지며 신경질을 내고 동양인을 비하하는 발언까지 했다. 얼마나 모욕적이던지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있던 100불짜리 기부금 영수증을 꺼내면서 “영수증 여기 있다”라고 소리쳐 버렸다. 이민관은 영수증을 받더니 종이가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짧은 순간, 숨이 막힐 정도로 긴장되었다.
“영수증을 왜 이제야 보여 주는 거야?”
이 한마디로 아들의 1년 학생 비자가 재발급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그 영수증에는 분명히 ‘기부금 100불’이라고 써있는데, 왜 학비 영수증으로 착각했을까. 하나님께서 그 할머니의 눈을 멀게 하신 게 분명했다. 아니면 100불을 1만 불로 보이게 하셨는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모욕당한 것은 마음 아팠지만, 비자가 발급됐을 때의 감사함과 기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