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건강과 행복] 거리의 노인 편익 시설, 선진국과 한국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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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편익 시설… ‘복지의 사치’ 아닌 ‘도시의 기본’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거리 풍경 속에서 노인을 위한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우리는 노인 친화적 거리 조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그러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의 거리는 노인들을 배려한 디테일로 가득하다. 일본 도쿄의 경우, 300m 간격으로 휴식용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유럽의 대도시는 노인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저상버스와 보행자 전용 구역을 확보해 걷는 즐거움과 안전을 동시에 담보한다. 공공 화장실 접근성 역시 기본 권리로 여긴다. 런던과 파리에서는 노인 전용 화장실 표지판이 흔하고, 장애·노약자 겸용 공간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거리는 여전히 ‘젊은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공공 벤치는 미관 개선을 이유로 자주 철거되고, 남아 있는 시설마저 상업 공간에 밀려난다.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늘었지만,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기까지의 동선은 여전히 가파르다. 노인들이 거리를 걷다가 쉬고 싶어도 앉을 곳이 마땅치 않다. 마치 ‘거리는 활동적인 청년의 공간’이라는 인식이 고착된 듯하다. 필자는 인천시 노인복지관 협회장을 하면서 1년 마다 시 산하의 협회와 단체들이 시민참여예산을 논의하고 건의해 인천시 예산에 반영하는 일이 매년 있다. 노인들이 시장을 오가면서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앉을 곳이 없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노인들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 앉을 수 있는 고정된 사각의 대리석 형태의 징검다리 의자란 이름으로 시 예산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해 인천시 전역에 노인들을 위한 징검다리 의자를 설치했다.

노인 편익 시설이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곧 도시의 포용성과 직결된다. 걷기 좋은 거리는 노인뿐 아니라 아이, 장애인, 나아가 모든 시민을 위한 공간이다. 선진국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거리 곳곳의 벤치, 공공 화장실, 무장애 보행로는 결국 전 세대가 안전하게 공유하는 자산으로 기능한다.

우리 사회의 현실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크다. 최근 일부 지자체가 ‘고령 친화 도시’를 표방하며 노인 쉼터나 보행 안전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무엇보다도 일관된 국가 정책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지역별 편차가 심한 상황에서는 실질적인 체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인 편익 시설을 단순히 ‘노인 복지 예산’ 범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투자이며,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다. 고령화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거리를 노인 친화적으로 바꾸는 일은 곧 미래 세대가 다시 누릴 권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거리의 작은 벤치 하나가 노인의 외출 빈도를 늘리고, 이웃과의 대화를 촉진하며, 나아가 의료비 절감 효과까지 불러온다. 이는 선진국이 이미 증명한 사실이다. 한국의 거리가 진정한 의미의 공공성을 회복하려면 노인의 눈높이에서 도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결국 노인 편익 시설은 ‘복지의 사치’가 아니라 ‘도시의 기본’이다. 선진국의 경험을 거울삼아, 이제는 우리도 고령사회의 길 위에서 당당히 설계도를 바꿔야 할 때다.

박용창 장로

<사회복지칼럼리스트, 제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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