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감사의 계절이다. 들녘에는 황금빛 곡식이 익어가고, 교회마다 감사의 찬송이 울려 퍼진다. 그러나 감사는 단순히 계절의 정취로 그칠 수 없다. 그리스도인의 감사는 삶의 태도이며, 하나님을 향한 신앙의 고백이다. 우리가 드리는 감사의 예배는 수확의 기쁨을 넘어,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세상 속으로 흘려보내는 삶이 되어야 한다.
성경에서 감사는 단지 좋은 일이 있을 때 드리는 감정적 표현이 아니다. 바울은 감옥에서도 범사에 감사하라고 고백했다. 예수께서는 십자가를 앞두고도 떡을 들어 감사하셨다. 감사는 상황을 초월한 믿음의 결단이며,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는 영적 고백이다. 임마누엘의 하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시고, 그분의 뜻은 언제나 선하다는 확신이 바로 감사의 뿌리다.
오늘의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도만큼이나 불평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쟁과 피로, 불신이 일상이 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감사를 잃어가고 있다. 당연한 것을 감사로 여기지 못하고, 작은 은혜에도 무감각해진 시대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리스도인의 감사는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어야 한다. 감사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하는 믿음의 눈이며,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게 하는 신앙의 감각이다.
감사는 또한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알고만 있는 것은 온전한 감사가 아니다. 감사는 나눔으로, 섬김으로 이어질 때 참된 고백이 된다. 어려운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교회의 봉사와 지역사회의 섬김, 가정 안에서의 이해와 용서, 감사의 열매다. 진정한 감사는 나를 넘어 이웃으로 흘러가는 은혜의 통로가 된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감사의 공동체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함께 나누고, 그 은혜를 세상 속에서 실천함으로써 하나님의 선하심을 드러내야 한다. 교회의 예배와 봉사, 그리고 선교의 모든 출발점에는 감사가 자리해야 한다. 불평과 비교가 아니라 감사와 겸손으로 교회가 세워질 때, 세상은 교회를 통해 여전히 복음의 빛을 보게 된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교회의 감사는 더 밝게 빛나야 한다. 그것은 화려한 언어가 아니라, 평범한 성도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감사의 습관이다. 오늘의 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영성은 감사의 영성이다. 감사는 기쁨을 낳고, 기쁨은 다시 감사로 이어진다. 그 순환이 개인과 공동체를 살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것을 구하는 열심이 아니라 이미 주신 것을 감사히 여기는 눈이다. 감사는 신앙의 본질이며, 복음의 언어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깨닫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빛을 세상으로 비춘다. 그 빛이 가정과 교회, 사회 속으로 퍼질 때 세상은 여전히 소망을 발견한다.
추수의 계절, 교회가 드릴 참된 제물은 풍성한 곡식이 아니다. 감사로 피어나는 섬김의 향기, 은혜를 나누는 사랑의 손길, 그리고 빛으로 살아가는 믿음의 삶이야말로 하나님께 드리는 최고의 예배다. 감사는 입술의 고백에서 머물지 않는다. 감사는 세상 속으로 걸어 나가는 복음의 발걸음이다.
다가오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교회는 다시 감사의 의미를 새롭게 해야 한다. 감사는 한 주간의 절기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매일의 고백이자 삶의 방식이다. 우리의 감사가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선하심을 드러내고 은혜의 감사가 세상 속 빛으로 전해질 때 교회는 여전히 복음의 희망으로 서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