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시대 세상 읽기] 240여 년 만에 맺은 호주 원주민 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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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 역사는 6만 5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륙 각 지역과 북부 해안지역에 애보리지널(Aboriginal)과 토레스 해협 섬주민(Torres Strait Islander)이 정착했다.

호주 원주민은 호주 대륙 각지에 독자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살았다. 다양한 언어와 전통을 지닌 종족이 250개에서 700개에 달했다. 인구는 최소 30만 명, 최대 100만 명으로 추산한다. 현재까지 약 30개 그룹으로 구분하는 원주민 언어가 존재한다. 이들은 농지를 경작하고 관개시설을 이용했다. 어장을 확보하고 주택도 지었다. 수렵과 채집 활동도 병행했다.

1788년에 영국인들이 식민지 건설을 시작하면서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유럽인들은 ‘이 땅에 주인이 없다’(Terra Nullius)고 주장하면서 원주민의 존재를 무시했다. 자연과 깊이 연결된 원주민 고유의 문화, 언어, 생활방식을 존중하지 않았다. 유럽인들이 옮긴 천연두 백일해 홍역 인플루엔자 성병 등의 질병이 원주민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1788년 백인 이주 1년 이내에 시드니 인근 원주민은 90% 가까이 질병으로 사망했다. 백인들은 무기로 원주민들을 집단 학살하기도 했다.

호주의 법과 제도도 원주민을 차별하는 인종차별 정책을 따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s)이다. 호주는 1900년대 초부터 원주민 아이를 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해서 백인 가정에 강제로 입양하거나 시설에 수용했다. 호주 정부와 교회가 ‘원주민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시행했다. 원주민 가족이 해체되고 원주민 사회에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왔다. 이 비극적인 역사를 ‘도둑맞은 세대’로 불렀다.

사법 제도 내에서 불균형적으로 체포, 구금, 처벌을 받는 경향도 있다. 인종차별 정책의 잔재도 남아 있고, 원주민들의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처지 때문에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원주민들은 강제적인 토지 점령, 문화 파괴와 폭력, 인종차별 정책에 따라 인구가 10만 명 미만으로 급감했다.

현재도 원주민들은 유럽인이나 다른 이민자들보다 평균 수명이 19년이나 짧다. 만성 질환이나 정신 건강 문제도 훨씬 심각하다. 교육 성취도도 평균보다 현저하게 낮고, 아웃백 원주민 마을 어린이들의 교육 접근성도 크게 뒤떨어진다. 결과적으로 직업 선택의 폭도 좁아지고 고용률도 낮아서 빈곤층 비율이 높다. 적절한 주거 환경에서 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호주 통계청(ABS)이 집계한 2021년 호주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섬 주민의 인구는 약 92만 7천 명이다. 호주 전체 인구의 약 3.8%를 차지한다. 20세기 후반 이후의 정책 변화와 인식 개선에 따라서 인구가 크게 회복되고 있다. 의료와 사회 복지 서비스 접근성 개선에 따라서 출산율이 높아지고 영유아 사망률이 감소하면서 자연히 인구도 늘었다.

호주 기독교인들은 1970년대 이후 원주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원주민 권익 옹호에 앞장섰다. 예를 들면 호주연합교회(UCA)는 1985년 원주민 목회와 선교를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도록 원주민교회 대표들로 원주민협의회를 설립했다. 1994년 UCA 총회장이 학살과 차별의 역사에 대해서 공식 사과를 하고, 원주민협의회와 계약을 맺었다. 2009년 UCA 제12차 전국총회는 총회 헌법에 ‘원주민 핍박 회개’ 조문을 추가했다. 원주민 문화 교육과 인식 개선 프로그램 시행에도 적극 시행했다.

 ‘테라 눌리우스’ 선언 이후 240여 년 만에 맺은 원주민조약은 호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변창배 목사 

 전 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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