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을 알면 교회사가 보인다 (41)
20세기 최고의 영국 찬송가로 꼽히는 천국 성도 행진곡
190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는 성직자이자 작가인 퍼시 디어머(Percy Dearmer)와 작곡가인 본 윌리엄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에게 음악 편집을 맡겨 ‘영국 찬송가’(‘The English Hymnal’)를 발간했다. 이 찬송가에 실은 본 윌리엄의 네 곡 중 하나가 곡명 SINE NOMINE이다.
하우(William Walsham How, 1823-1897)의 찬송 시 ‘구원받은 천국의 성도들’(‘For all the saints’)은 원래 11절로, ‘만성절(萬聖節, All Saints’ Day)’ 찬송으로 사도신경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의 주석으로 지었다.
라틴어 Sine Nomine는 ‘이름 없음’이란 뜻이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교회에선 세상 떠난 이들에 대한 추모 행사가 자주 열렸고, 만성절은 교회력의 중요한 주일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대부분 개신교 교회는 만성절을 기념하지 않는다).
본 윌리엄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사병으로 육군에 입대해 프랑스와 그리스에서 복무했다. 진흙탕과 폭우 가운데 참호 속에서 전투하다 ‘이름 없이’ 죽은 동료 음악가들과 친구들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끊임없는 총과 대포 소리는 종래 본 윌리엄스의 청력을 손상해 말년에는 청각 장애로 이어졌다.
하우의 원시 11절 중엔 승리한 영광스러운 왕의 행렬을 따르는 사도들(3절), 복음 전도자들(4절), 순교자들(5절), 그리고 십자가의 용감한 군인들(7절)이 있고, 마침내 수고한 지상에서 하늘의 안식으로 인도된다(계 14:13).
본 윌리엄스의 이 찬송은 파이프오르간으로 연주해야 제맛이 난다. 양손은 풍부하고 웅장한 화음이며, 두 발로 연주하는 페달의 움직임은 도전적이면서도 신나는 ‘워킹 베이스’다. 마치 승리의 행진처럼 들린다. 이곳저곳에서 온 수많은 무리가 진주 문을 통해 들어오는 마지막 절은 영광송(Gloria Patri)이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께 찬양하며 행진하는 광경을 상상할 때, 우리 영혼도 영적으로 높이 북돋아지는 느낌이다.
찬송 시는 전투적인 교회와 승리하는 교회에 대한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비전을 담고 있다. 이미지는 장엄하고 기쁨에 넘치며, 거장적이다.
본 윌리엄스의 이 찬송가는 “20세기 최고의 찬송가 곡 중 하나”로 평가된다.
김명엽 장로
<교회음악아카데미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