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神話, Mythology)는 상상(想像)의 산물로서 미(美)를 추구한 종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신화에는 죄와 거룩에 대한 개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등장하는 신들은 종종 죄를 짓는다. 육체와 감각을 갖고 있다. 인간들처럼 먹고 마신다.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는 잔다. 인간들과 동거해 영웅들 곧 반신반인(半神半人, Demigods)들을 낳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냉혹한 운명에 예속되고 기만(欺瞞)을 당하고 서로를 미워하고 사악(邪惡)하다고 서로 비난한다.
그리스와 로마가 기독교화(基督敎化)되기 이전에는 신화가 그들의 종교였다. 문학으로서의 신화는 중세, 근세 문학, 예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젊은 미(美)의 신 비너스(Venus)는 인간의 미(美)를 추구하는 본능, 군신(軍神) 마르스(Mars)의 등장은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인간 심리의 반영이다. 신들은 끊임없는 사랑과 결혼 문제로 분쟁에 휘말린다. 시기와 분노, 미움과 욕망이 가득하고 사람들을 부추겨 범죄하게 하고 서로 거짓말과 위증(僞證)과 간음(姦淫)을 하도록 자극하기도 한다. 인간들의 얘기와 비슷하다. 신과 영웅들의 변화무쌍(變化無雙)한 모습을 통해 인간과 문화를 이해하고 삶의 지혜를 찾는데 그 의의가 있다.
헬레니즘(Hellenism)이 낳은 가장 위대한 서사시 <일리야드와 오디세이>(Iliad and Odyssey)는 인간 세계의 이야기들과 흡사하다. 때문에 그리스 신화는 매우 인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가 만들어질 무렵에 기록된 구약 성경은 읽으면 놀랍고 신비로운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이교(異敎) 세계에 이스라엘적 요소들이 두루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 가나안 여성으로서 여호수아와 갈렙을 영접했던 라합, 모압 여성으로서 구주 메시아의 조상이 된 여인 룻, 다윗의 친구 히람 왕, 솔로몬의 지혜를 사모해 찾아온 시바 여왕, 시리아 사람 나아만 장군, 처절한 고통 속에서 구속자를 소망하는 욥 등이다. 그들에게서 진리와 의(義)에 대한 갈망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혼은 영원을 사모(思慕)하도록 지어진 것임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이교(異敎)의 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민족에게서 찬란하게 개화(開花)되었다. 사도들은 바로 이들의 언어와 윤리와 문학을 가지고 그들에게 다가가서 복음을 전했다. 초대 교회는 이 두 민족을 터로 삼아 성장했다. 로고스(Logos)의 개념은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 전(前)에도 그리스 철학에서 인간의 교사였다. 로고스는 어둠을 밝혀 모든 사람에게 비추어 주는 본래의 이성(理性)의 빛이었고 세계에 진선미(眞善美)의 씨앗을 뿌렸다. 유대인들은 유일하신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영원한 것을 위해 제사장 민족으로 선택되었다. 그리스가 발전시킨 문학, 철학의 요소들, 과학과 예술의 요소들을 교회가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둔 셈이다.
로마인들은 법 사상을 발전시켰고 문명 세계를 조직했다. 그들이 만든 도로(道路)는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의 통로가 되어 주었다. 로마인들이 복음의 영적 보편성에 이바지할 준비를 해놓은 것이다.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자신들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예수 그리스도의 종들이 되어 있었다. 유대인, 그리스인, 로마인들은 서로 적대시했으나 십자가 안에서 서로 손을 잡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겠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이름과 왕의 칭호가 적힌 십자가의 명패(名牌)는 이교도 빌라도의 지시로 ‘히브리어와 로마어와 헬라어’로 기록되었음은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고대 그리스 문학과 로마의 보편적 제국은 세계가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에서 유대교 다음으로 중요한 동인(動因)이 되었다.
김용관 장로
<광주신안교회·한국장로문인협회 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