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전철 문이 닫혔다. 아뿔싸 또 잘못했구나. 사람은 크고 작은 실수를 거듭하며 살아가지만 이렇게 금세 후회할 일을 왜 그때는 결단하지 못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갈아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앉았던 자리 왼쪽에 웬 휴지가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저걸 집어다 휴지통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순간 아니야, 누가 무엇을 묻혀서 버린 것인지도 모르면서 집었다가 병균이라도 옮으면 낭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숙이려는 몸을 붙잡아 세워서 그냥 내렸다.
승강장에 두 발을 다 딛는데, 그제서야 아아 내가 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뒷덜미를 쳤다. 차에 올라가 자리에 앉자마자 왼쪽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사용했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주머니에 넣었는데 실수로 흘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얼른 몸을 돌려세웠다. 그 찰나의 시간에 이미 차는 미끄러져 나가고 있지 않은가? 생각이 떠오르지나 말든가, 좀 일찍 깨달음이 와서 그 차에 오르든가 했어야지 이게 무슨 낭패란 말인가? 마음이 꺼림칙해서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강의에 늦을새라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영 개운치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 휴지로 해서 마음 불편하고 표정이 일그러질 생각을 하니 얼굴이 화끈거려 견디기 힘들다. 유실물도 아니니 어디다 대고 전화할 수도 없고, 후진국형 인간이라고 눈총을 쏘아 오는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다. 마음을 다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제가 이것 밖에 안되는 인간인지 오늘 새삼 깨달았습니다. 늦게라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가르치신 사랑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그 휴지 냉큼 들고 내렸어야 맞습니다. 누군가가 실수로 버렸더라도 본 사람이 얼른 치워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일이라면 그것이 바로 사랑일진대 좁은 소견이 더럽고 위험하다는 생각만 한 것은 사랑과는 거리가 먼 이기심 바로 그것 아닙니까?
사랑은 어떤 거창한 결심을 해야 실천할 수 있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준 귀한 아침이다. 이웃사랑은 꼭 무엇을 베풀고 보살피는 것만이 아니라 나 이외의 사람을 배려하고 살아가는 것도 중요한 첩경임을 깨닫게 하신 은혜에 감사드린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